[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가 내일 오후 우주로 나선다. 이번 발사로 우리나라는 우주개발 선진국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해 나가는 등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우리나라 역시 합류하며 우주 개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세계 7번째 중대형 엔진 개발한 국가 기록 전망
21일 오후 4시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예정대로 발사된다. 누리호는 47.2m로 중량은 약 200t에 달한다. 탑재 중량은 1500kg이다. 투입가능한 궤도는 600~800km로 태양동기궤도에 해당한다. 최대직경은 3.5m 수준이다.
전체 3단 로켓으로 구성돼 1단 75t급 액체엔진 4기 묶음(클러스터링), 2단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 7t급 액체엔진 1기 등이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와 비교하더라도 탑재중량이 15배나 우수하다. 그만큼 중량급 인공위성을 실어 지구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발사체가 누리호다.
나로호, 시험발사체, 한국형발사체(누리호) 제원 비교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10.20 biggerthanseoul@newspim.com |
누리호는 11년 간 추진된 사업으로 1조95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75t급 이상의 중대형 엔진을 개발해 발사체 발사에 성공한 국가로 국제 우주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는 실용급(1t급 이상)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으로 현재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만 가능한 상태다.
이날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남쪽으로 비행, 1단 추력 구간에서 고도 55km에 도달한 뒤 2단 추력 구간에서 252km까지 비행한다. 이후 3단 추력 종료 시점에 위성 투입 고도에 도달하게 된다.
발사에 앞서 20일에는 발사체 이송이 시작돼 발사장에서의 발사체 기립, 에비오닉스 및 레인지시스템 점검, 발사체 자세제어계 점검, 유공압 엄빌리칼 연결 및 기밀점검, 유공압 엄빌리칼 연결 완료 등의 과정을 거쳐 발사체의 발사대 설치작업이 종료된다.
앞서 한국한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의 최종 점검을 위해 지난 8월 26일 발사대 기립을 진행한 바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누리호는 약 16분 동안 비행을 하게 되는데 페어링 분리, 단 분리, 위성 분리 등이 이 과정에서 진행된다"며 "위성이 제 궤도에 투입되면 발사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누리호 발사는 네이버TV, 유튜브 채널, 방송사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 이끌 토대 마련
글로벌 우주기업인 버진 갤러틱, 블루 오리진, 스페이스X는 올 들어 모두 민간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하면서 우주여행 시대를 열었다. 정부가 중심이 돼 추진했던 우주개발 산업이 이제는 민간의 영역으로 상당부분 전환되면서 '뉴 스페이스' 시대가 개막했다.
누리호 발사 역시 민간 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기술 국산화를 위해 무려 300여개 국내 기업이 누리호 개발 전 과정에 참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75t급 액체로켓엔진 [자료=한화] 2021.10.20 biggerthanseoul@newspim.com |
이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의 심장 역할을 하는 엔진 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항우연과 함께 국내 독자 개발한 75t급 액체로켓 엔진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궤도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극한의 조건을 모두 견뎌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 초기단체에서 엔진, 터보 펌프, 시험설비 구축 등에 참여하며 완성된 기술력을 선보였다. 한화는 19~23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ADEX 2021' 전시회에 75t급 액체로켓 엔진을 일반에 공개한다.
발사대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당초 나로호,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에 운용됐던 제1발사대와 달리, 근접 지역에 구축된 제2발사대를 통해 누리호가 이번에 발사된다. 제2발사대의 연면적은 6000㎡로 3300㎡인 제1발사대의 2배 규모다.
이 발사대 역시 국내 고유 기술로 개발됐다. 연구진은 제1발사대를 건설한 러시아 연구진을 통해 노하우를 얻었다. 현대중공업이 주축으로 개발된 제2발사대에는 '지상고정장치'와 '엄빌리칼 타워'가 추가됐다는 게 특징이다.
지상고정장치는 기립한 발사대를 붙잡고 있는 장치다. 누리호가 최대 추력에 도달하면 고정장치가 풀린다. 동시에 4개의 고정장치가 해체돼야 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는 국내 고유 기술로 개발된 발사체라는 점을 통해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경쟁력이 한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연구·개발(R&D) 중심의 우주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우주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다. 민간 우주 시대를 맞아 국내 우주기업들이 점유해나갈 산업 분야 역시 확대될 수 있다는 게 항공우주업계의 전망이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누리호 개발 과정을 보면, 수많은 기술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해 획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주개발에 나서는 상황에서 우주 발사체를 보유해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르게 된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의미의 우주 독립국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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