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3분기 전 세계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높였다.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난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면서도, 올해 판매 전망치를 기존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4분기 이후 내년까지 보수 경영 기조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강화하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정책도 현대차의 숙제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사진=현대기아차> |
◆ 3분기 흑자전환했으나.."전사 역량 투입 반도체 수급 안정화"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26일 열린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연초부터 이어온 반도체 수급난이 하반기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동남아 지역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3~4분기에도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됐고,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되면서 일부 공장 가동 중단이 발생해 3~4분기엔 상반기보다 생산 차질 물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 지역 코로나 확산세가 9월 넘어가면서 둔화되고 있지만 반도체 업체들의 라인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4분기 또한 공급 차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일부 영향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전 세계에서 89만8906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내수 시장은 투싼, 아이오닉5, 제네시스 GV70 등 신차 호조에도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공장 가동 등 탓에 22.3% 줄었다. 해외 시장에서도 주요 공장의 생산 차질이 발생해 6.8% 감소한 74만4159대에 그쳤다.
서 부사장은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반도체 업체와 물량 협의 및 공급 안정화 방안 논의 지속하고 있다"면서 "향후에도 대체소자 개발과 연간 물량 조기 발주 실시, 공급업체와 정기적 협의체 운영 등 우호적 관계 구축하는 등 전사적 역량 투입해 반도체 수급 안정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판매 감소에도 불구, 매출 28조8672억원(자동차 22조5779억원, 금융 및 기타 6조2893억원) ▲영업이익 1조606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 늘었고, 영업이익은 1조606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흑자전환에 결정적 역할은 세타2 엔진 등 리콜 비용을 완전히 털어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8년부터 매해 3분기마다 리콜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해 비용이 늘었다. 2018년 3분기 3000억원, 2019년 6100억원, 지난해는 2조1000억원의 대규모 충당금을 썼다.
현대차 울산 공장[사진 현대차] |
◆ 강화된 미국 전기차 정책에 대응 방안 준비 중
리콜 리스크에서 벗어났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올해 연간 가이던스를 통해 연초 세운 8조9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8조원으로 조정했다. 대외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하 판매가 위축된 아중동, 중남미 등 신흥국 판매는 회복했으나, 국내 시장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의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적으로 현대차는 올들어 3분기까지 내수 54만842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올들어 내수 최저치인 4만3857대에 머무르며 반도체 수급난을 여실히 드러냈다. 현대차와 부품을 공유하는 기아 역시 상당 부분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대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기존 30%에서 50%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은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해 폭스바겐 등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격전을 펼칠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다.
윤태식 현대차 IR팀장은 "이에 발맞춰 당사도 미국 내 전기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계획 중에 있다"며 "향후 미국 현지 전동화 생산 전략 등 전동화 사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발표되는 대로 시장과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전기차 전략 수정을 예고했다.
현대차 수익성에 주축인 SUV와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 비중은 증가세다. SUV 차급은 지난해 45.5%에서 이번 3분기 47.1%로 늘었고, 같은 기간 제네시스 차급도 3.2%에서 5.1%로 확대됐다. 반면 세단 등은 감소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시스는 이달 GV60를 국내 출시한 데 이어, 연말 제네시스 최고급 차종인 G90 출시를 준비 중이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는 "최근에 출시한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은 계약 1주일만에 1만대를 돌파했으며 연말에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모델인 신형 G90 출시가 예정돼 있어 제네시스의 판매 모멘텀은 2022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제네시스 중장기 전략과 관련해 "현재 2022년 제네시스의 상세 판매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올해 대비 약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을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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