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순수 자체 기술로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분리막을 생산해 2023년 양산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전해질막, 단위셀 등으로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확대하고 건물·중장비용 연료전지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목표입니다".
지난 11일 경기도 용인시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에서 만난 김철현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장(상무)은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신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지며 '수소'가 각광을 받고 있다. 자동차도 내연기관차에서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로 대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에는 전 세계 수소차 시장 1위를 기록하는 완성차 업체도 있다.
다만 수소차, 수소연료전지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핵심 부품의 높은 수입 의존도가 걸림돌이다. 최근 중국발 '요소수 사태'는 산업계 전반에 핵심 소재, 원료의 국산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높은 경쟁력은 '모래 위에 지은 성'과 다름없다는 교훈을 줬다.
현대오일뱅크가 자체 기술로 생산을 준비중인 분리막이 주목받는 이유다.
수소차의 연료전지는 분리막에 전해질을 코팅해 '전해질막', 여기에 촉매를 붙여 '셀', 이를 층층이 쌓으면 완성된다. 이 가운데 분리막은 연료전지 전해질막의 강도를 좌우하는 뼈대이자 연료전지 시스템의 출력 향상과 내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재로 꼽힌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김철현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장 [사진=현대오일뱅크] 2021.11.12 yunyun@newspim.com |
하지만 분리막 시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미국 고어(Gore)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국내에 분리막을 생산하는 기업도 있지만 고어사의 기술 특허를 구입하지 않고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진출한 대기업은 현대오일뱅크가 최초다. '퍼스트 무버'인 셈이다. 국내 대기업 대다수가 진출해 시장을 선점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도 비교된다.
김철현 중앙기술연구원장은 "현재 국내 자동차 업체와 협력중으로 올해 안에 분리막 생산 설비 구축과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 실증 테스트를 거쳐 2023년 제품 양산, 2024년 상업화를 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의 협력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핵심소재의 수급 안정성을 위해 공급사를 다변화하는 추세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분리막의 품질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별로 없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업체이자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1단계로 분리막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2단계로 내년부터 전해질막 사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해질막은 수소가스에서 분리된 전자의 이동은 막고 수소이온만 선택적으로 이동시켜 주는 핵심 부품 중 하나다. 분리막과 전해질막 기술을 동시에 갖춘다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현대오일뱅크 측은 설명했다.
김나영 그린테크연구팀 책임연구원은 "두 기술을 함께 갖춘다면 분리막을 승용차·버스·트럭·수전해 등 요구되는 스펙에 맞게 디자인하고 전해질막을 코팅해 각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고내구성과 고성능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분리막 시장은 향후 10년 간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 기준 정부의 국내 수소차 보급 목표량은 85만대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낸 '연료전지 개요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시장이 매년 30% 이상 성장해 2030년 50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만 연간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창출할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2021.11.12 yunyun@newspim.com |
김철현 연구원장은 "현재 기술력으로 수소차 7만대 분의 분리막 생산이 가능하다. 2030년 국내 수소차 생산량 절반의 공급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기체 확산층, 전극 분리판 등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전반을 포괄하는 셀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그린수소 방식으로 주목받는 수전해 사업의 확장도 기회다. 더 나아가 건물, 중장비용 연료전지 시스템 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김철현 연구원장은 "수전해 장치에도 동일한 분리막이 들어간다. 수전해 사업이 확대되면 분리막, 전해질막 시장도 더욱 커질 것이다"고 전했다.
수전해는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기술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수단으로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 지고 있다.
김철현 원장은 "현재 연구원 인력이 총 65명으로 내년 말까지 100명, 2025년까지 160명으로 확대하려고 한다"며 "신규 인력을 수소, 탄소중립 등 신사업 부분에 집중 투입해 향후 10년 간 연구원의 성장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