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그룹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6월 국책은행으로부터 3조원을 수혈한 두산중공업이 2조원이 넘는 돈을 상환했다. 9월말 기준 남은 차입금은 9470억원. 재무구조개선에 돌입한지 1년3개월 만에 차입금 3분의 2를 해소했다. 현재 진행 중인 두산건설 매각까지 완료되면 채권단 체제 조기졸업도 가능할 전망이다.
16일 두산중공업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9월말 현재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잔액은 9470억원이다. 지난 반기보고서에서 밝힌 6월말 기준 차입금은 1조3970억원으로, 3개월 사이 4500억원 가량 차입금이 줄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타워의 모습. 2020.09.22 dlsgur9757@newspim.com |
지난 8월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대금 6909억원을 수령하며 차입금을 대폭 줄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9일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인 현대제뉴인은 두산중공업에 인수대금 6909억원을 완납했다.
매각 금액은 총 8500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DICC 면책 관련 비용 915억원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회사 및 투자회사 분할·합병시 발생한 주식매매계약 정산비용 677억원을 제외한 6909억원을 받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6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긴급자금 3조원을 지원받았다. 약정에 따르면 두산중공업과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은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으로 3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 국책은행에 채무를 상환키로 했다.
두산그룹은 자구안 이행을 위해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해 ▲동대문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두산 모트롤사업부(4530억원) ▲클럽모우CC(1850억원) ▲네오플럭스 (730억원) 등을 매각했다. 보유자산 매각 규모만 3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해 말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조2125억원 조달에 성공하며 자구안으로 마련한 자금은 4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 과정에서 두산 총수일가는 두산퓨얼셀 지분 23%(6063억원)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며 힘을 보탰다.
분당두산타워 전경 [제공=두산그룹] |
두산중공업의 채권단 체제 조기졸업 여부는 현재 진행중인 두산건설 매각 여부에 달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건설 지분 99.99%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하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금액은 4000억원 수준이다.
두산건설 매각은 지난해 대우산업개발이 막판에 발을 빼며 한차례 무산된 바 있다. 그 사이 두산건설은 부동산 호황을 계기로 환골탈퇴했다. 두산건설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544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195억원) 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채권단은 두산건설 매각 적기로 판단하고 막바지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 중 매매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관측이다.
두산건설이 매각되면 남은 차입금은 5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아직까지 반영되지 않은 매각 자산의 차입금 상환을 감안하면 연내 3조원 전액 상환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경우 역대 최단기간 재무구조 개선약정 조기졸업도 바라볼 수 있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지 1년6개월 만이다. 최근 10년간 산은과 재무 약정을 맺은 기업 중 조기 졸업한 사례는 동국제강이 유일하다. 두산중공업은 채권단 조기졸업에 성공하면 수소사업과 해상풍력발전,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에 주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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