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강북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에서 맞대결 예상됐던 삼성물산과 GS건설의 시공사 입찰 경쟁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비사업 수주를 확대하던 삼성물산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최종 확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GS건설만 참여해 시공사 선정 입찰 자체가 유찰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번 입찰이 무산되면 시공사 선정은 내년으로 연기된다.
◆ 삼성물산 불참 가능성에 GS건설 단독 입찰 유력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촌동 한강맨션의 시공사 입찰 마감이 오는 29일이지만 유찰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달 열린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과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건설, 대우건설, 우미건설, 동양건설산업 등 6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통상적으로 조합이 주최하는 현장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시공사 입찰에 지원할 수 없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모습<사진=유명환 기자> |
가장 유력한 건설사로는 GS건설과 삼성물산이 꼽혔다. 현대건설도 시공사 참여에 관심을 보이다 최근 불참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GS건설과 삼성물산은 각각 '한강맨션 자이채널'. '톡톡 래미안 한강맨션' 등 온라인 채널을 만들어 조합원 표심 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상 GS건설과 삼성물산 간 경쟁으로 압축되면서 지난 2015년 서초 무지개아파트(현 서초 그랑자이) 이후 6년 만에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삼성물산이 서초동 일대를 '래미안' 타운으로 조성하려던 계획이 GS건설에 패하면서 무산됐다. 재대결을 통해 무너진 자존심을 설욕할 것인지도 관심사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시공사 입찰에 불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 증액 규정과 금융비용 지원 등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단순 도급사업이지만 사업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조합원 표심이 GS건설로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공사 현장설명회에 참석했지만 입찰에 뛰어들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추가 검토를 거쳐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찰이 무산되면 시공사 선정은 내년 상반기 중 이뤄질 전망이다. 일반경쟁입찰 방식에서는 2차례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최초로 입찰에 부친 공고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
◆ 이촌동 '대장 단지'로 일대 정비사업 추가 수주 기대
한강맨션이 이촌동 내 랜드마크로 인식되는 만큼 시공권을 따내면 향후 이 지역 일대의 정비사업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300-23번지 일대에 조성된 한강맨션은 1971년 3월 지상 5층, 23개동, 660가구 규모로 준공됐다. 2017년 6월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이후 4년만인 올해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재건축 이후 지하 3층~지상 35층, 공동주택 1441가구로 탈바꿈한다. 조합원과 일반분양은 전용면적 44~193㎡ 1303가구, 임대는 44~59㎡ 138가구다. 예정 공사비는 3.3㎡당 615만원으로 총 6224억원 규모다. 조합은 오는 2023년 관리처분계획인가, 2024년 이주·철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단지는 전통적 부촌인 이촌동 일대에서도 '대장 단지'로 꼽힌다. 한강변과 맞닿은 데다 부지가 사각형을 반듯해 개발하기도 편한 구조로 이뤄졌다.
재건축 이후에도 지역 '랜드마드' 단지의 입지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이 단지의 시공권을 손에 쥐면 향후 이촌동 정비사업에서 추가 물량을 따낼 가능성이 커진다.
동부이촌동에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한강맨션을 비롯해 한가람(2036가구), 이촌강촌(1001가구), 이촌코오롱(834가구), 신동아(1326가구) 등 총 15개 단지에 달한다. 이중 산호·왕궁·풍전·강변강서·한양철우·한남시범·신동아는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건영한가람, 이촌코오롱 등은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도 한강외인아파트 재건축단지 'LG한강자이'와 더불어 한강맨션 등을 추가 수주해 이촌동을 ′자이 브랜드 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촌동 일대 A공인중개소 대표는 "이촌동에서도 한강맨션이 차지하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이 단지를 수주한 건설사가 향후 정비사업 수주전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며 "시공사 선정 이후 관리처분 절차에 들어가면 주변 단지들도 정비사업에 속도가 한층 빨라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