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경우 법정형이 정한 처단형의 범위를 넘어서는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 받았던 A씨에 대한 검찰의 비상상고를 받아들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A씨는 지난 2019년 경남 양산시에서 약 20m 구간을 혈중 알코올농도 0.071%에 해당하는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됐다. 당시 A씨는 무면허였다. 검찰은 A씨에게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 두 죄명을 적용해 약식 기소했다. 음주운전죄의 법정형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무면허 운전죄의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400만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렸다. A씨의 두 혐의 모두 벌금형을 선택할 경우 처단형의 범위가 5만원 이상 300만원 이하가 되는데, 법원은 이 범위를 넘어서는 40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이후 A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 사건은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8월 비상상고를 제기하면서 대법원이 다시 심리에 들어갔다. 비상상고란 형사 판결이 확정된 이후 법령 적용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신청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대법원은 검찰의 비상상고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은 "위 양 죄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본 다음 벌금형을 선택하고서도 처단형 범위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벌금 400만원에 처하게 한 것은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를 지적하는 비상상고 이유 주장은 정당하므로 원판결을 파기하고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