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화주기업이 전문업체에 물류를 위탁하는 '3자물류' 활성화가 본격화하면서 물류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를 활용해 3자물류 비중을 늘린 기업들은 부담이 없는 반면 LX판토스,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 비중이 여전히 높은 기업들은 물량 확대 필요성이 커졌다.
◆ 판토스·글로비스·로지텍 계열물량 최대 90%…롯데도 30%
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LX판토스 매출(4조7634억원) 가운데 약 73%(3조4603억원)가 계열사를 비롯한 특수관계자 물량이었다. LX판토스가 속한 LX그룹은 올해 초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했지만 친족관계는 지속돼 특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물류를 맡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역시 지난해 매출(16조5199억원) 가운데 계열사가 67%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제품과 배송, 설치 등을 담당하는 삼성전자로지텍의 계열 물량은 95%에 달한다.
반면 대기업 물류자회사 가운데 택배사업을 확대하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계열사 물량이 많지 않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10조7811억원)의 약 12%가 계열사와의 거래였다. 다만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업계에서도 계열사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19년 롯데그룹 물류계열사 롯데로지스틱스와 합병한 이후 지난해 8.4%였던 계열사 거래가 올해 30% 수준으로 올랐다.
물류 대기업의 2자 물류에 해당하는 계열사 매출 비중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사익편취나 부당지원 등 문제가 확인된 거래일 경우 제재 대상이 된다. 과거 매출 비중 자체를 규제하기 위해 물류정책기본법상 내부거래 비중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으로 현실화하지는 못했다.
정부는 직접적인 물량 제한보다는 업계의 자율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대기업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이 일감 개방을 통해 계열사 물량을 줄여 3자물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지난 7월에는 삼성, 현대차, LG, 롯데, CJ 등 대기업과 정부가 물류시장 거래환경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물류거래 실태조사를 통해 다른 산업 대비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 내 공감대가 있었다"며 "규제라는 방법보다는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개선을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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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적 동참·세제혜택도 추진하지만…효과는 미지수
업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화주기업이 3자 물류업체와 1년 이상 장기계약할 경우 물류비용을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내용 등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이 발의된 상태다. 다만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에서 아직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직접적인 규제가 추진되는 건 아니지만 자율적인 변화가 미미할 경우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직계열화나 내부거래가 효율적인 측면도 있는 반면 부당한 거래는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직접적인 규제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현실화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일단 협약이 체결되고 1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제도 안에서 거래를 하고 있고 계열사 물량이 많다고 해서 불법을 저지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자율적 변화 유도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모르겠다"며 "업계에서도 상황을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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