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산업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에게는 분명한 위기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펼쳐진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어려울 때마다 기적을 일으켜왔습니다. 영토는 좁고 자원은 빈약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가 되겠다는 기업들의 열정과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기회의 문 앞에 선 우리 기업들.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뼛속 깊이 새겨진 '1등 DNA' 사례를 연재하며 이들의 새로운 도약을 응원합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지난 8월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출시를 기념해 나무와 풀로 초록색이 가득한 광장에 1400명이 운집했다.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2030세대 사이에서 '핫'한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작가가 사연에 맞춰 한 컷 그림을 그리고 긱스의 래퍼 릴보이의 축하공연도 진행됐다. 40여개의 소모임에서는 사람들이 마스크없이 삼삼오오 모여 신제품에 대한 수다를 나눴다. 이날 행사는 방역수칙과는 무관하게 치러졌다. 코로나 시국에 가당키나 한 이야기냐고?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ifland)' 내에서 열린 행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지난 8월27일 삼성전자가 SKT 이프랜드에서 개최한 '삼성전자 삼성 갤럭시 팬파티 폴더블데이' [자료=SKT 뉴스룸] 2021.12.03 nanana@newspim.com |
◆마스크없이 수백명 한 자리에?…메타버스니까 가능
코로나19로 대규모 행사는 참석도, 기획도 하지 못하게 된 지 어느덧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은 찾은 대안은 메타버스다. 코로나19로 메타버스 산업은 전기(轉機)를 맞았다. 로블록스의 CEO 데이비드 바스주키는 지난해 2월에 비해 코로나19의 확산이 거세졌던 지난해 3월의 이용률이 40%가량 급증했다고 했다. 마인크래프트도 지난해 4월 신규 가입자가 25% 늘어났고 타 이용자와 함께 플레이하는 이용자도 40%가량 증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초기에는 문제 해결이나 경쟁 중심 게임 위주였던 가상현실(VR) 기술이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메타버스와 같이 생활공간이나 소통공간을 이루는 플랫폼을 이루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프랜드는 코로나19로 모임이 쉽지 않게 된 최근의 상황을 서비스에 적극 반영했다. 지난 8월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전진수 SKT 메타버스 컴퍼니장은 "기존 메타버스 서비스들과 달리 이프랜드는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만나 소통하는 메타버스 모임에 특화된 활용성을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다른 서비스보다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 들어갈 수 있어 규모감있는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프랜드의 최대 접속 가능자 수는 131명으로 다른 국내 서비스보다 10배가량 많다.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 행사가 열릴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실제로 이프랜드는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해 벌써 굵직한 행사를 여럿 치렀다. 성균관대학교는 이프랜드 속에 3D로 구현된 명륜당에서 한글백일장도 열었다. 중국, 일본, 미얀마 등 11개국 학생들이 참여한 이 행사는 마치 현실에서처럼 아바타들이 한복을 입고 전광판 속 초시계에 맞춰 글짓기를 했다.
◆10년 쌓인 AR·VR기술이 이프랜드로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지난 8월 SKT 이프랜드에서 열린 성균관대학교의 '세계 성균한글백일장' [자료=SKT 뉴스룸] 2021.12.03 nanana@newspim.com |
이프랜드가 출시된 건 지난 7월이지만 출시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기술개발이 이뤄졌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송형주 SKT 메타버스 컴퍼니 개발팀장은 "2013년 출시된 T-리얼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이프랜드가 나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8년 전 출시된 T-리얼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플랫폼으로, '포켓몬고'를 비롯해 당시 출시된 AR 게임 속 콘텐츠가 다소 평면적이었던 것과 달리 게임이나 서비스 속 콘텐츠를 3차원으로 생동감있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후 웨이브(wavve)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옥수수의 소셜 VR서비스와 같은 HMD 기반 서비스로 시작해 모바일로 플랫폼을 확장해 최근에는 '점프 VR'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프랜드는 지난 2010년부터 연구돼 온 SK텔레콤의 확장현실 기술이 총 집합된 서비스인 셈이다.
점프 VR이 소통 플랫폼인 이프랜드가 되면서 개선해야 하는 과제도 많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점프 VR이 게임에 조금 더 가까웠다면 이프랜드는 플랫폼에 더 가깝기 때문에 더 가벼워야 한다. 휴대폰의 배터리도 너무 많이 소모시키면 안 된다.
송 팀장은 "사용자환경(UI) 최적화와 백그라운드 기반 서비스 처리, 배터리 소모 절감 등의 개선을 위해 유니티 기반이었던 앱의 설계방식(아키텍쳐)을 네이티브 UI와 유니티가 합쳐진 하이브리드 형태로 바꾸는 것이 이프랜드를 개발하며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앞으로 더 많은 제휴사와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학교 등 교육에서부터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패션·뷰티·엔터테인먼트까지, 문화·예술업계와 세부 협업을 논의 중이다.
양맹석 SKT 메타버스 사업담당은 "앞으로 메타버스 드라마를 만들어 현실에서는 시도해보지 못한 것들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MZ세대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