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 중인 가운데 인수 물망에 올라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증시 변동성 확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향후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이 몸값을 최대한 높여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이 먼저 우리금융지주에 인수 의사를 타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숙원이었던 완전 민영화를 이룬 뒤 비은행 계열사 확대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벤처캐피탈, 부실채권(NPL) 전문투자회사 설립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은행과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증권사 인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앞서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으면 자본 규모로는 2조원, 위험가중자산 20조원 이상 흡수할 수 있게 된다"며 "현재 매물 품귀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가장 시너지가 큰 증권사 인수를 먼저 추진할 것"이라며 증권사 인수를 공식화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일 내부등급법 최종 승인으로 증권사 인수를 위한 여력이 생긴 상황이다.
이 같은 우리금융지주의 증권사 인수 추진 소식에 증권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올해 3분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쏟아내며 덩치를 키운 증권사 입장에선 몸값이 오른 지금이 인수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금융지주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SK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다. 이 가운데 사모펀드회사(PEF) 투자조합이 대주주인 SK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이 가장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먼저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G&A 사모투자전문회사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부터 꾸준히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G&A 측은 앞서 지난 2012년과 2015년, 2017년에 각각 보유지분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아울러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투자은행(IB)을 강화하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해 매각 시점은 충분히 무르익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증권은 지난 2018년 대주주 변경을 위한 인수계약 체결 이후 3년이 지났기 때문에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앞서 SK그룹은 지난 2018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 위반으로 SK증권을 J&W파트너스 스에 총 515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으나 최근 자산관리(WM) 분야를 크게 강화했고 친환경 특화 증권사로 입지를 굳히는 등 사업 분야를 다각화 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대주주가 대만 기업이어서 오히려 인수가 수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유안타증권의 지분 구조는 대만 유안타그룹이 50%대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유안타증권은 꾸준히 호실적을 이어오면서 최근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선 증권업계의 내년 전망이 어두워 인수를 서두르지 않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을 비롯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강해지고 있어 유동성이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일평균 거래대금도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의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양축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IB 수익 타격으로 내년에는 증권사들의 몸값이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마음이 급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가 먼저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는 통상적인 인수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윤곽이 나올 텐데 그 사이 증권사들의 몸값은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지금까지는 증권사들의 콧대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이번 인수전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 보니 중소형 증권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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