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자산운용업계가 공모펀드 부진 속에 위기돌파를 위해 최고경영자(CEO)를 속속 교체하고 있다. 갈수록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 전문가들을 수장 자리에 앉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최근 3년간 역대급 호실적으로 써내린 증권사들은 사모펀드 사태에도 불구하고 CEO 유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삼성자산운용이 최근 CEO 교체를 확정했다.
왼쪽부터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 내정자,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이병성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내정자 [사진=뉴스핌 DB] |
우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삼성자산운용에서 ETF를 전담하던 배재규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기로 했다. 배 신임 대표는 가장 핫한 투자상품 중 하나인 'ETF'를 2000년대 초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미 11월 초 최창훈 부회장과 이병성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투톱 체제 정비를 마친 상태다.최 부회장은 업계에서도 부동산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미국 오하이오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부동산금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서봉균 삼성증권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장(전무)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추전했다. 서봉균 신임 대표이사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을 거쳐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를 역임하는 등 굵직한 운용 전문가로 통한다.
반면 증권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이끌었던 현 CEO를 유임하는 기조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사태로 큰 홍역을 치렀음에도 비교적 순조롭게 수습을 마무리하고 있고 금융당국의 제재도 해를 넘겨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먼저 당초 연임이 불투명했던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 모두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금융당국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CEO 제재를 미루고 있어 연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로 난처한 상황에 놓였으나 이후 투자자들에게 100% 선보상 등을 결정하면서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 역시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그는 라임펀드 사태를 수습하는 임무를 맡고 지난해 투입된 뒤 큰 잡음없이 일을 매듭짓고 있다는 설명이다.
10년 넘게 메리츠증권을 이끌고 있는 최희문 대표 역시 그간 성공적인 조직 성장을 일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업계 최장수 CEO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메리츠증권을 맡아 이번에 연임에 성공하면 4번째 연임이라는 업계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역대급 실적을 일궈낸 만큼 연임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당초 옵티머스펀드 사태가 연임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으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업계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빅3 자산운용사 등 대부분이 공격적으로 세대 교체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들은 유례가 없는 수준의 호실적을 누린 만큼 CEO 교체 대신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