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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극단의 시대가 다시 오는가

기사등록 : 2021-12-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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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기 국제부장 = 이달초 미국의 밥 돌 전 상원의원이 9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의사당을 포함해 워싱턴 DC의 주요 연방기관들은 모두 조기를 며칠간 내걸었고 의사당에서 장례식이 치러졌다. 돌 전 의원은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의 상징적 존재이자 한때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 미국 보수주의 정치를 대표했던 인물로 통한다.

이영기 뉴스핌 국제부장

영국의 파이낸셜타이스(FT)는 '2차세계대전 참전 용사'인 그를 추모하며 돌을 '정치적 극단이 가져오는 엄청난 댓가를 실제 경험한 마지막 공화당 인사'로 그렸다. 그러면서 FT는 미국의 남북전쟁 만큼이나 2차 세계대전도 아득한 과거가 되어버려서 미국의 유권자들은 미국정치가 치명적이고 그들의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잘못되는 것을 본 경험을 까마득히 잊어버릴 것을 우려했다.

"안정이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말한 '금융불안정가설' 경제학자 하이만 민스키를 인용하면서 FT는 최근 미국이 지난 위기를 까먹고 경기사이클이 끝날 때 지나친 소비와 투자를 하는 경제 행위의 정치적 버전을 잘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돌 사망 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토머스 매시는 부인과 딸 두명, 아들 세명과 함께 소총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위쪽에는 '메리 크리스마스! 추신. 산타클로스는 탄약을 가져다 주세요(Santa, please bring ammo)'라고 썼다. 총을 든 가족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다. 4명이 숨진 미시간주 옥스퍼드 고교 총격사건 발생 나흘 뒤의 일이었다.

쏟아지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실수가 아닌 총기소유에 대한 강력한 지지 표시로 해석된다. FT는 매시 의원의 태도를 '정치적 극단'의 일례라고 암시했다. 총기소유에 대해서 재고한다는 쪽 보다는 '답은 정해져 있다'는 식의 이런 보수적 시각은 FT가 우려한 것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보인다. 일각에서는 오늘의 세계를 미국과 중국간의 치열한 경쟁, 민주주의와 독재의 대결이라는 구도로 바라보면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대비시킨다. 그러면서 대선국면에서 한쪽은 민주주의요 다른 한쪽은 독재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정치적 극단 이면에는 '포퓰리즘'이 자리잡고 있다. 정치적 선택의 폭을 좁혀놓고, 심지어 선택할 메뉴도 보여주지 않고, 이렇게 양극단으로 조망하는 것은 반드시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왠만한 도전을 물리칠 수 있는 '잘 짜여진' 프레임은 그만큼 단단하기 때문에 유연성이 부족할 수 있다. 특히 과거의 프레임을 고수할 경우에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초대받은 동구의 우크라이나가 주말을 지나면서 심상찮다. 과거 소비에트연방에서 벗어났지만 발목이 잡혀있는 꼴인 우크라이나를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당연히 구원의 손길을 내밀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독재가 경쟁한다는 동서냉전의 프레임으로 보면 희생을 두려워 말고 구해내야 한다.

하지만 과거의 프레임은 유연성을 더해서 현실에 잘 맞게 새로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리 봐도 공산독재나 자유민주라는 진영논리보다는 자국민과 국익에 대한 조금의 위협 요인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과 러시아의 악착같은 자국을 위한 논리만이 냉정하게 관철되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소연방에서 독립을 위해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포기했지만 미국은 그 자리에서 더 이상 다가가지도 않았고 지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입도 못하고 있다. 이 모두가 미국과 러시아 어느 쪽 때문이라고 단정지울 수도 없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예외없이 자국의 이익에 너무나도 충실한 탓에 우크라이나만이 과거의 사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생각을 열어두는 태도를 좀 더 견지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총기사고가 나서 학생이 무고하게 죽어나가는 형국에서 온가족이 소총을 들고 크리스마스 기념사진을 찍거나 대선을 앞두고 한쪽은 민주주의요 다른쪽은 독재라고 낙인 찍는 극단은 좀 멀리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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