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보험사들이 올해만 3조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되는 실손보험료를 인상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 보험사들은 백내장 등 보험사기성 치료가 급증하며 최근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를 넘어 내년 최소 20% 이상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20% 인상은 과도하다는 입장이어서 10%대 후반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이번 주부터 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예상 인상률을 알리는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 2세대 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과 3세대 실손보험(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 가입자 가운데 내년 1월 갱신 시점이 도래하는 이들이 대상이다.
안내문 발송은 내년 1월부터 보험료 인상을 적용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사전 준비 작업으로, 보험료를 갱신하려면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에 따라 영업일 기준 보험료 인상 15일 전에 가입자들에게 인상 예정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 적자가 점점 커져 사전 안내차원에서 고객들한테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며 "최소 20% 이상 인상안에 대해 당국과 협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2021.12.14 tack@newspim.com |
보험사마다 올해 초 1세대 구 실손보험 및 2세대 실손보험료를 6~20% 정도 올렸지만, 최근 손해율이 130%를 넘을 정도로 손실이 커지고 있다. 제도개선 차원에서 지난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아예 보험사가 판매를 포기했거나 판매 실적도 저조하다.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실 규모는 1조4128억원으로 전년보다 손실이 2000억원 이상 늘었다. 20% 미만인 생명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액까지 합치면 상반기에만 1조7000억원, 올해 연간 3조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지난 4년간 손보업계의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2017년 1조2008억원, 2018년 1조1965억원, 2019년 2조5133억원, 지난해 2조5008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는 이같은 실손보험 누적 적자의 '주범'으로 비급여 진료 확대를 꼽고 있다. 다초점 백내장 수술이나 한방병원 도수치료, 비타민·영양주사 같은 건강보험 미적용 진료가 대표적이다.
특히 DB손해보험은 시력개선 및 시술체험단 형식을 활용한 백내장 불법 의료광고를 통해 무분별한 백내장 다초점 렌즈 삽입술을 시행하는 43개 병원을 보건소에 신고 조치하기도 했다. DB손해보험에 따르면, 일부 병원들의 허위 과장광고 등 불법적인 환자 유인 활동으로 인해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실손보험금이 해마다 증가해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5년 전 보험금이 779억원에 불과했던 점에 비하면 10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당국이 실손보험료율 인상을 통제한다고 실손보험 적자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년간 누적된 적자와 향후 추가 보험료 인상을 막으려면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비급여 진료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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