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기존 금융사들과 금융 플랫폼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하면서 업계가 엇갈린 표정을 나타냈다. 주요 금융사들은 공정경쟁이 필요하다고 금융당국과 한 목소리를 낸 반면 빅테크들은 육성보다 규제에 무게를 뒀다며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15일 고 위원장은 금융플랫폼 기업, 금융회사, 유관기관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융플랫폼 혁신 활성화 등 향후 디지털 혁신금융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15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플랫폼 기업, 금융회사, 유관기관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 최유리 기자 = 2021.12.15 yrchoi@newspim.com |
간담회에는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 보험, 카드사의 디지털 담당 임원과 빅테크·핀테크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했다. 고 위원장 취임 후 주요 플랫폼사 대표들과 처음 만나는 데다 빅테크 독점에 대응하겠다는 발언 이후 가진 자리어서 관심을 모았다.
고 위원장은 이날에도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고수했다. 업종이 다르더라도 빅테크나 핀테크사가 기존 금융사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면 같은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고 위원장은 "여타 금융서비스와 같이 플랫폼을 통한 금융서비스도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 공정경쟁 기반 위에서 추구돼야 한다"며 "이러한 원칙 아래 금융의 디지털 전환은 어느 한 쪽을 제한하는 것 보다 더 넓고 보다 높아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할 때 동일기능·동일규제 및 소비자보호 원칙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플랫폼 효과가 커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데이터 독점이나 편향적 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는 영업 행위 규제 등을 통해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했다.
기존 금융사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소비자 보호나 공정 경쟁을 위해 금융 플랫폼에 대한 규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디지털 금융 기반을 고도화하고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데이터 활용과 보안 강화,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보호 규율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담당 임원은 "과거에는 은행의 이해득실을 위한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해 소극적인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뭐가 고객의 편의나 보호에 맞는지 따져보자는 논리로 목소리를 내면서 관련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15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플랫폼 기업, 금융회사, 유관기관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2021.12.15 yrchoi@newspim.com |
반면 플랫폼사들은 아쉬운 눈치다. '동일규제-동일 라이선스'를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라이선스 특성에 따라 수익 구조나 보장 혜택이 다른 상황에서 단순히 표면 기능만 보고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리볼빙, 카드론, 연회비 등의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와 이런 기능이 없는 간편결제가 같은 규제를 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겸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핀테크 기업들은 유니콘을 넘어 더 강력한 드래곤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며 "아직은 핀테크에 대한 규제보다 육성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논의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이슈도 불공정 행위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간 플랫폼사들은 전금법 개정안 중에서도 스몰 라이선스 도입을 통한 신규 플레이어의 원활한 진입을 요구해왔다. 반면 기존 금융권에선 종합지급결제사업자 허용을 두고 '빅테크 특혜법'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종합지급결제사업이 허용되면 빅테크 업체들도 소비자들에게 계좌를 터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위원장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이라고 해서 제한만 하자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이런 원칙 아래 금융 안정이나 소비자 보호를 바탕으로 공정 경쟁을 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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