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지혜 기자 =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산업안전 관련 사업주 처벌 국제 비교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경총은 조사 배경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과도한 사업주(경영자) 처벌(1년 이상 징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주요 외국과의 사업주 처벌수위(법정형) 비교를 통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실효적이고 합리적인 산업안전정책과 법제도 개선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경총] |
조사대상 국가로는 안전선진국으로 알려진 유럽, 아시아, 북미 등 12개 국가를 선정했다. 조사내용은 ▲산업안전 관련 각국의 산업안전보건법, 형법, 노동법상 사업주 처벌규정(법정형)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과 유사한 법제를 가진 국가들(영국, 호주, 캐나다)의 실태를 파악 ▲처벌강화 입법에 따른 산재감소 효과를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해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했다.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사망자 없는) 시 처벌수위는 징역형을 두고 있는 국가들은 최대가 1년, 금전벌(벌금 또는 과태료)은 최대 3400만원으로 한국(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모두 낮았다. 징역형 규정이 없거나(독일, 프랑스 등) 벌금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는 국가(미국, 독일)도 있었다.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수위는 징역형은 3년 이하, 벌금은 대체로 1000만원 내외(영국, 프랑스 제외)로 한국보다 낮았다. 산업안전보건법령이 아닌 형법으로만 책임(업무상과실치사죄)을 묻고 있는 국가는 프랑스, 일본, 오스트리아로 파악됐다.
사망사고를 반복해서 일으킨 사업주에 대해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미국뿐이었다. 미국은 가중 처벌수위가 '징역형 1년 이하 또는 벌금 2만불(2300만원) 이하'로 우리나라(10년6개월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 보다 낮았다.
영국, 독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원·하청 간의 역할과 책임을 구분해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있었으나, 한국은 하청근로자에 대한 모든 안전관리 책임을 원청에게 전적으로 묻고 있었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사망자 발생 시 기업에 대한 벌금형만 규정하고 있었으나, 우리나라는 경영자 개인 처벌을 포함해 훨씬 강한 제재규정을 도입했다.
호주와 캐나다는 기업과실치사법 제정국가로 알려져 있으나, 별도의 특벌법을 제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같은 산안법과 형법을 통해 산재사망 기업과 사업주를 처벌하고 있었다.
영국·호주·캐나다와 한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산재사망을 일으킨 기업과 사업주에 대한 처벌강화 입법이 산재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은 처벌보다 예방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영국과 싱가포르는 산업안전정책을 기업의 자율관리 방식으로 전환 후 사고사망자 발생률을 낮추고 있었다.
경총은 "한국은 조사대상 국가 중 안전·보건 조치 위반, 사망자 발생 시(반복 사망 포함) 사업주 처벌 수위가 가장 높았다"며 "하청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범위도 주요 선진국들과 다른 차이점을 보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외실태를 살펴본 결과, 한국만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CEO 개인을 형사처벌(1년 이상 징역)하고, 경영자를 특정해 안전과 보건 확보의무를 부여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국가가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처벌강화 입법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산재감소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주 처벌 강화가 사고사망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더라도 산재사망자 감소효과는 없거나,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사고사망자를 효과적으로 낮추고 있는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너무 처벌중심으로만 대응하고 있어 산재감소 효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한국은 사업주 처벌에 있어서 만큼은 전 세계의 어느 국가보다도 강한 법률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사고사망자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도 과도한 처벌수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예방중심의 산업안전정책 수립과 사업추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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