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올해 주택시장은 매수심리 확산과 공급부족이 맞물려며 15년 만에 최대폭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규제보다는 공급확대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10월 이후에는 금융당국의 금리인상과 대출규제로 매수심리가 꺾이기도 했다. 지역별로 마이너스 상승률로 돌아선 지역도 나왔다. 단기 조정이냐 추세 하락이냐 변곡점을 맞은 주택시장을 다시 한번 되돌아봤다.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2021년 전세시장은 임대차3법과 보유세 부담 증가에 따른 전세 물량 부족과 사전청약 확대에 따른 대기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면서 1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집값과 전셋값이 서울 도심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오르면서 여기서 밀려난 수요들이 서울 외곽지역이나 경기도 지역으로 이동하며 이들 지역에서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졌다. 최근 단기간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상반기에 비해 상승폭이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 전국 전셋값 2011년 이후 최대폭 상승...시흥·안산 20% 넘게 올라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12월 둘째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9.00%로 나타났다. 지난해(7.32%) 보다 상승폭을 키웠고 상승률로는 최고치를 기록한 2011년(15.3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수도권은 9.75% 오르며 지난해(7.94%)보다 상승폭을 키웠는데 특히 경기와 인천은 각각 11.18%, 15.27% 오르며 두자리수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은 5.21% 올라 지난해(4.48%)보다 오름폭이 약간 더 커졌다.
전셋값 상승 상위 10개 지역에서 경기도 7곳·인천 1곳이 포함되는 등 수도권 지역에서 전셋값 상승을 이끌었다. 경기 시흥이 28.7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경기 안산 단원 21.26% ▲인천 연수 21.18%로 세 곳이 20%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경기 안성 17.92% ▲경기 양주 17.89% ▲경기 동두천 17.79% ▲경기 남양주 16.96% ▲경기 평택 16.06%로 상위 10개 지역에 포함됐다.
이들 지역들은 서울 도심과 가까운 지역이거나 경기도에서도 외곽 지역인 곳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서울과 경기지역의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밀려난 수요가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전셋값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노원구가 7.06%로 올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서초구 6.99% ▲동작구 6.36% ▲용산구 5.94% ▲성북구 5.64% ▲송파구 5.60% 뒤를 이었다.
전셋값 상승세는 지방에서도 나타났다. 제주가 15.92%를 기록한 것을 포함해 ▲대전 13.34% ▲울산 13.12% ▲충북 10.83% ▲충남 10.46%로 두자리수 상승률을 보였다.
◆ 임대차법·보유세 부담 증가...전세 매물 부족 낳아
전세시장의 오름세가 이어진 데에는 공급 감소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 시행된 임대차3법의 영향으로 기존 임대주택 물량이 줄어든데다 신규 입주 물량도 전년보다 줄어들면서 전세난이 이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입주 물량은 28만5052가구로 지난해 36만2815가구보다 크게 감소했다.
임대차3법으로 인해 임대인들은 임대료 인상이 최대 5%로 제한되는데다 계약갱신청구를 통해 4년간 임대주택을 처분할 수 없다보니 이를 신규계약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신규 계약을 중심으로 전셋값을 높게 부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전셋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와 세율 인상 등의 영향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임대인들을 중심으로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전세 매물 부족을 심화시켰다. 이는 전세 가격 상승세로 연결됐다.
KB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1월 107.7이었으나 지난 11월 118.8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지수를 나타냈고 2년 1개월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최근 단기간 전셋값 급등으로 인한 부담 등으로 매물이 쌓이면서 전셋값 상승세는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2월 3주차 전국 전셋값은 0.09% 오르며 지난해 6월 2주차(0.09%) 이후 1년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은 전세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있지만 반전세나 월세로 돌아서면서 월세 거래량은 크게 늘어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월세가 포함된 아파트 거래량은 5만8432건으로 1~1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 청약 대기·정비사업 이주 수요 전셋값 상승 주도
아파트 매맷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매매 수요가 전세시장으로 옮겨온데다 청약 대기수요와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가 겹치며 전세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정부는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을 해소하기 위해 사전청약 확대를 방안으로 내놓았다.
지난 7월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시작한데 이어 8월에는 민간분양 아파트에도 사전청약을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발표해 최근 1차 민간 사전청약을 마쳤다.
사전청약 확대 방안이 청약 대기 수요를 일으켜 오히려 전세 수요 증가를 이끌고 있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진행된 경기 남양주(16.96%)와 고양 덕양(15.67%)·인천 계양(15.94%) 등에서는 큰 폭으로 전셋값이 오르는 모습이 나타났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이주수요가 해당 단지가 위치한 지역과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전세수요를 일으켰다.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2120가구)에서 지난 6월부터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이주수요가 발생했는데 영향으로 서초구 전셋값은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 기준으로 6월 2주차에 0.56% 오르며 6년 3개월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이주수요 영향은 서초구 뿐 아니라 인근 동작구의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며 올해 서초구와 동작구는 서울 자치구 내에서 전셋값 상승률 2위와 3위를 각각 기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전세시장은 임대차법에 따른 수급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못한게 전세 시장 불안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전세대출은 규제가 덜해 유동성도 여전히 풍부한데다 사전청약 대기수요에 따른 전세수요 증가와 전셋값이 매맷값에 연동돼 상승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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