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올해 산업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를 꼽는다면 친환경·탄소중립 그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다. 특히 ESG 경영은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의 신년사에서 모두 언급될 만큼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기업들은 그동안 매출·영업이익 등 재무제표만 잘 관리하면 큰 문제가 없었다. 환경·노동자를 보호하는 경영 그리고 투명한 기업 운영 등은 사실상 '기업문화'처럼 강제성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어떻게 하든 수익을 창출하면 '좋은 회사'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은 투자 초기부터 ESG 등급을 따지기 시작했다. 소비자들도 아무리 제품과 서비스가 좋더라도 기업의 사회 기여도가 낮다면 소비하지 않고, 불매운동에 나선다.
삼일회계법인이 발표한 'ESG 서베이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49%가 'ESG 이슈에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질문엔 응답자의 59%가 'ESG 이슈 조치가 부족한 기업에 대해선 경영진 보수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해당 설문조사엔 총 43개국 325명의 투자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 같은 상황에 기업들은 앞다퉈 'ESG 등급' 홍보를 시작했다.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 'ESG 등급 A+ 달성' 등이다. 하지만 등급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보다 왜 나은 평가를 받았는지, 왜 한 단계 떨어진 등급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한 기업을 골라 상장기업의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직접 문의했다. 이곳은 기업들의 ESG 등급 홍보자료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이기도 하다.
등급 변경 사유를 물으니 난감해했다. 이유인즉슨, 관련 설명을 해줬다 기업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재차 설명을 요구하자 올해 평가 항목이 지난해와 달라졌으며, 기업이 공장 내 토양을 오염시켰고 생산량은 줄었지만 탄소 배출량은 줄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기업은 끝내 알려주지 않았던 사실이다.
ESG 등급 평가지는 산업별로 다르고, 매년 평가 기준도 바뀐다고 한다. 분야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동은 당연하다. 기업은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온 ESG 경영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수월하지 않다는 것도 이해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비용·인력 문제로 전담 부서를 꾸리기 힘든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단순히 등급만 공개하는 ESG 평가는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큰 목표와 맞지 않다. 이건 마치 연말만 되면 등장하는 '김장 나눔 행사' '연탄 배달'과 같은 일시적인 사회공헌과 다를 바 없다. 당장은 부담일지라도 평가 항목과 해당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는다면 시장이 믿을 수 있는 'ESG 경영' 'ESG 등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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