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정부가 높아진 물가에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한지 불과 일주일만에 내년 기준연료비를 인상하고 이를 2분기부터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은 국민 부담을 고려해 요금 조정 시기를 늦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을 의식해 1분기 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2분기부터 요금을 인상하는 '조삼모사' 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내년 4월·9월 2차례 걸쳐 9.8원 인상…기후환경요금도 2.0원↑
정부와 한전은 지난 20일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킬로와트시(㎾h) 당 29.1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해 최대한도인 ㎾h 당 3원은 인상했어야 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3월분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0원으로 확정됐다. 일반 가정용 사용자가 내는 요금은 현재의 kWh당 88.3원(하계 300kWh 이하·기타계절 200kWh 이하 사용 조건)이 유지된다. 사진은 20일 오후 서울 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2021.12.20 kimkim@newspim.com |
그럼에도 정부는 "국제 연료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영향으로 조정요인이 발생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분기 전기요금을 동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만인 지난 27일 내년도 기준 연료비를 올해보다 ㎾h 당 9.8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인상폭의 절반 4.9원을 먼저 올리고 10월에 4.9원을 추가로 올리기로 했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2022년 기준 연료비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원자재 가격을 기반으로 산정한다. 이 기간 동안 유연탄 가격은 20.6%, 천연가스 가격은 20.7%, 벙커시유는 3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정책 비용 등을 반영한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h 당 5.3원에서 7.3원으로 2.0원 인상한다.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 의무이행비율 증가와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비율 증가, 석탄발전 상한제약 시행 등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전에 따르면 월평균 사용량 304㎾h를 사용하는 주택용 4인가구 기준 월평균 1950원가량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난다.
한전 관계자는 "높은 연료비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전력생산 원가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원가변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원가연계형 요금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대선 의식한 2분기 인상 지적…물가당국 리스크 축소 의도
한전은 전기요금 조정이 올해 도입한 원가연계형 요금제의 도입취지에 맞게 국제 연료가격 상승분과 기후·환경비용 증가분을 반영하되 국민부담을 고려해 조정시기를 내년 4월 이후로 분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요금 인상을 미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특히 물가당국의 1분기 인상 유보로 당국의 물가관리 리스크를 줄이고 유보 권한이 없는 기준 연료비를 인상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 전기위원회는 지난 17일 내년 1분기 전기 요금 결정에 앞서 정기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기준 연료비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전 이사회를 거친 기준 연료비 인상안은 27일 전기위 임시회의에서야 논의됐다. 앞서 17일 정기회의에서 논의 됐다면 내년 1분기 부터 인상된 기준 연료비를 반영할 수 있었겠지만 굳이 임시회의를 통해 기준 연료비를 결정한 것이다. 대선을 의식해 2분기부터 인상분을 반영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물가당국이 유보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실적연료비 조정단가와 달리 기준 연료비의 경우 유보권한이 없는 점을 이용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공공요금 동결인 만큼 인상 유보를 통해 물가당국의 물가 관리 리스크를 덜고 유보 권한이 없는 기준 연료비 인상으로 한전의 수익성 악화를 막았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기준 연료비 인상안은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며 "기준 연료비 결정에 대한 부분은 매년 하도록 돼 있진 않고 인상요인이 발생하는 등 상황을 보고 결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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