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정부가 다음주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발표할 예정이다.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 발전원료 가격이 상승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상당하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3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와 치솟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동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3분기 누적 1.1조원 규모였던 한국전력의 영업적자가 연간 4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 연료비 단가 급증에 인상 압박…정부, 물가안정 위해 동결 가닥
14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오는 20일께 정부 인가를 받아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여부를 발표한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면서 연료비 단가가 상승해 요금 인상요인은 충분하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4분기 부터 적용되는 전기요금을 8년만에 인상하기로 결정한 23일 오후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의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2021.09.23 kilroy023@newspim.com |
LNG의 연료비 단가는 지난 1월 ㎾h당 70.46원에서 12월 145.78원으로 106.8% 급등했다. 유류 가격도 같은기간 ㎾h당 139.94원에서 217.04원으로 55.1% 상승했다. 석탄 중 발전에 주로 쓰이는 유연탄 단가도 12월 ㎾h당 73.12원으로 1월 대비 64.4% 올라 최고 수준이다.
연료비 상승으로 한국전력이 발전소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전력시장 도매가격(SMP)도 1월 ㎾h당 70.65원에서 11월 127.06원으로 79.8% 급등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기와 도시가스 같은 공공요금은 다양한 상품·서비스의 원재료라는 점에서 다른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물가 상승률은 9월까지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다가 10월 3.2%, 11월에는 2011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3.7%까지 뛰어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물가 안정 총력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상황에서 수요 측면의 압력까지 커지고 있어 많은 기업이 연초를 기점으로 상품·서비스의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사실상 유일하게 통제 권한을 가진 공공요금 인상을 용인할 경우 물가 상승세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3분기까지 1.1조 영업손실…내년에도 수익성 '먹구름'
연료비 단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기요금을 한 번 더 동결하는 결정을 하게 될 경우 한전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전은 정부가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지난해 말 도입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지난해 연료비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3원 인하했다. 이후 2분기와 3분기 연료비가 급등했지만 정부는 서민생활안정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이에 한전은 2분기 764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1분기 이후 6개 분기만에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3분기에는 적자폭을 키웠다. 936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1조1298억원에 달한다. 이후 정부가 4분기 전기요금을 ㎾h당 3원 인상하면서 지난해말 수준으로 환원시켰지만 한전 적자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도 한전의 수익성 악화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한전의 적자규모가 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조9515억원의 흑자를 냈던 한전은 올해 3조267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 등 6개 한전 자회사도 7575억원 상당의 적자를 기록, 한전과 발전자회사를 합치면 4조252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음 주 발표되는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되면 한전의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필요성은 당연히 연료비 상승에 따라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보다 동결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득이 된다고 판단해 인상을 유보할 경우 정부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