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여부를 이르면 내년 1월 중 결정지을 계획이다. 양사가 보유한 국내 공항의 항공운수권(슬롯) 중 일부를 정부에 반납하고 운임인상을 제한하는 조건부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그동안 국토해양부와 함께 검토해온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이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사에 발송했다. 여기에는 양사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위의 잠정 결론이 담기게 된다.
심사보고서가 상정되면 심사 결과에 대한 피심인(기업) 의견 제출 절차를 거쳐 전원회를 열고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원회는 1월 말 열릴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 발송 후) 의견제출기한을 4주 정도 준다"며 "최초 심의 기일은 1월 말 정도 잡히지 않을까 본다"고 전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양사가 보유한 국내 공항의 슬롯 중 일정 기준의 슬롯을 반납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일정 기준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추정되지 않도록 하거나 점유율 증분을 해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관련법령에 따르면 양사가 반납하는 슬롯은 국내 항공사에게만 재배분 가능하다. 이에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양사가 보유한 슬롯 일부를 넘겨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양사는 저비용항공사가 갈 수 없는 미주·유럽 노선의 대부분 슬롯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일본 등 단거리 노선도 상당수 보유 중이다.
슬롯은 국가 간 항공협정을 통해 각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운항권리다. 배분권은 국토해양부가 갖고 있다. 인천공항의 경우 슬롯 점유율은 대한항공(24%), 아시아나항공(16%)이 총 40%다. 여기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계열사가 9%를 보유 중이다. 양사가 보유한 슬롯은 사실상 인천공항의 절반으로 볼 수 있다.
또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양사 간 기업결합에 따른 시장 독과점으로 운임이 인상되는 것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합칠 경우 양사가 운행하는 143개 노선(계열 LCC 제외, 2019년 기준) 중 절반인 77개 노선에서 독과점이 발생한다. 공급축소 금지, 서비스 축소 금지 조항 등도 심사보고서에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가 양사 간 기업결합에 대해 속도를 내면서 국내 심사는 내년 1월 중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해외에서 진행 중인 기업결합 심사 상황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뒤 지난해 1월 국내 심사 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총 14 국가의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바 있다. 이들 국가들이 모두 승인을 내려줘야 양사 간 결합이 마무리된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 DB] 2021.11.12 jsh@newspim.com |
공정위에 따르면 양사 결합 여부에 대해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필수 신고국가들의 심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여러 개국이 속해 있는 EU의 승인 여부가 주목된다. 여기에 영국·호주·싱가포르 등 임의신고국 3개국에서도 심사가 진행 중으로, 총 7개국의 승인이 아직 남아 있다. 태국, 필리핀, 뉴질랜드,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7개국은 기업결합을 승인해주는 방향으로 심사를 완료했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외국의 심사가 끝내야만 실제 기업결합을 완료(주식취득)할 수 있어 외국의 심사상황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경쟁당국간 조치의 상충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해외경쟁당국과 경쟁제한성 판단 및 시정방안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협의를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지분(63.9%) 취득 예정일자를 올해 12월 31일로 정정 공시했다. 공정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지면서 기존 9월 30일에서 3개월 연장한 것이다. 앞서 대항항공은 지난 6월 30일에도 같은 내용의 정정공시를 낸 바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은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를 통해 이뤄진다. 아시아나항공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대한항공이 이에 참여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다만 신주인수계약은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전제로 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일정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심사보고서를 송달 받으면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당사의 의견을 정리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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