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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경영체제' 전환 KB·하나금융...외풍강한 지배구조 실험

기사등록 : 2021-12-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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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4개 사업부문 재편...부회장 3인+박정림 경쟁
하나금융, 부회장 3인에 전결권...경쟁 구도 강화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조직개편을 통해 차기 CEO(최고경영자)를 향한 주요 임원들의 경쟁 구도를 강화했다. KB금융은 사업부문을 4개 체제로 재편해 기존 3인의 부회장에 박정림 총괄부문장(KB증권 대표)까지 4각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하나금융은 부회장의 역할을 전문화시키고 총괄 임원 권한을 강화했다. 차기 회장을 두고 후계구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28일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부문을 4개 비즈니스 그룹체제로 재편했다. 허인·이동철·양종희 부회장과 박정림 총괄부문장이 각 그룹을 맡게 된다.

허인 KB금융 부회장, 양종희 KB금융 부회장, 이동철 KB금융 부회장, 박정림 KB금융 자본시장부문 총괄부문장 [사진=KB금융] 최유리 기자 = 2021.12.28 yrchoi@newspim.com

구체적으로 허인 부회장은 개인고객부문·자산관리(WM)/연금부문·중소기업(SME)부문을, 이동철 부회장은 글로벌·보험부문을, 양종희 부회장은 디지털·IT부문을, 박정림 총괄부문장은 자본시장·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을 담당한다.

이를 통해 '포스트 윤종규'를 두고 경쟁하는 4각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부회장 승진 인사로 3인의 부회장 체제를 만든 것에 더해 박 부문장에게도 그룹 한 축을 맡겼다.

박 부문장은 부회장보다 직급은 한 단계 낮지만 역할로는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룹 차원의 투자·자산운용 역량 강화와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등 그룹 내 투자부문을 조정하는 역할이다.

'라임 펀드' 이슈로 부회장 승진 명단에는 빠졌지만 KB증권 대표로 연임을 확정하고 3인의 부회장과 동등하게 사업 부문을 맡게 됐다. 금융당국이 제재 결론을 내기 전까지는 함께 경쟁한다는 의미다.

3인의 부회장이 맡은 영역도 기존과 달라졌다. 기존에 양 부회장은 지주에서 보험·글로벌부문장을 맡고 허 부회장과 이 주회장은 각각 지주 디지털혁신부문장, 개인고객부문장을 담당했었다.

이번에는 서로의 역할을 바꿔 사업 부문을 이끌게 됐다.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만큼 다양한 업무를 두루 맡겨 업무 전반을 파악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새로운 역할을 맡겨 능력과 자질에 대한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 이은형 하나금융 부회장 [사진=하나금융] 최유리 기자 = 2021.12.29 yrchoi@newspim.com

하나금융은 조직체제 단순화로 임원들의 경쟁 구도를 강화했다. 기존 '부회장-총괄-부서' 3단계를 내년부터 '총괄-부서' 2단계로 개편키로 했다. 

그간 부회장 3인은 6개 총괄 영역을 담당해왔다. 함영주 부회장이 그룹지원총괄(COO)과 그룹사회가치총괄(CSVO)을, 이은형 부회장이 그룹글로벌총괄(CGSO)을, 지성규 부회장이 그룹디지털총괄(CDIO), 그룹데이터총괄(CDO), 그룹ICT총괄(CICTO)을 관할했다. 부사장·전무·상무급 임원이 각 총괄을 맡아 담당 부회장에게 배속되는 구조였다.

이번 개편으로 총괄 영역은 부회장 보고 체계에서 벗어난다. 총괄 임원들이 최종 전결권을 갖고 책임을 지는 구조로 사실상 독립하게 되는 것이다.

3인의 부회장은 직위를 그대로 유지하되 총괄 역할을 맡아 전문화된 영역에 집중한다. 함 부회장은 신설되는 ESG총괄을, 이 부회장을 그룹글로벌총괄을, 지 부회장은 그룹디지털총괄을 담당한다. 기존 그룹디지털총괄과 그룹글로벌총괄을 맡고 있던 박근영·이종승 부사장의 직책은 '그룹디지털총괄소속'과 '그룹글로벌총괄소속'으로 바뀐다. 부회장들을 보좌해 기존 업무를 이어간다. 

상대적으로 젊은 임원들에게 전결권을 주면서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회장을 두고 3인 부회장이 경쟁하는 체제는 유지하는 가운데 이를 잇는 후계구도를 미리 만들어놨다는 분석이다. 2012년부터 3연임을 한 김정태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물러나기 전에 옥석 가리기를 통해 그룹의 중장기적인 지배구조 안정화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회장 후보 경쟁구도를 일찌감치 만들면 이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일련의 사태들을 겪으며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해 여러 실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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