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KB금융그룹의 '포스트 윤종규' 체제를 향한 경쟁 구도가 본격화됐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앞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허인 KB국민은행장, 양종희 KB금융 부회장과 삼각 구도를 만들었다. 현 회장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기고 1961년생 동갑내기 3인의 경쟁구도가 일찌감치 만들어진 셈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최대 성과가 지배구조 안정화인 만큼 빠른 후계구도 경쟁으로 안정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일 KB금융은 16일 KB금융지주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개최하고 KB증권 등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가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카드 새 대표는 이창권 KB금융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글로벌전량총괄(CGSO)이 맡는다.
허인 KB국민은행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2021.12.01 yrchoi@newspim.com |
이번 인사로 3인 부회장 체제가 만들어졌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낸 양종희 부회장을 선임한 바 있다. 차기 회장을 가늠할 후계구도가 분명해진 것이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 사장은 2018년 1월 KB국민카드 사장을 맡은 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허 행장 다음으로 오래 재임했다. 은행과 지주에서 전략 부서를 두루 거쳤다.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힌다. 지난해 지주 회장 선출 당시 허 행장과 함께 숏리스크(압축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함께 부회장으로 승진한 허 행장도 '리딩뱅크' 위상을 굳건히 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허 행장은 2017년 11월 윤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받아 은행장을 맡았다. 첫 2년 임기 후 1년씩 두 차례 연임해 4년째 은행을 이끌었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금융권 최초 알뜰폰 사업인 리브엠 출시, 모바일 앱 'KB스타뱅킹' 전면 개편 등 디지털 전환을 이끌기도 했다.
양 부회장은 현재 지주에서 보험·글로벌부문장을 맡고 있다. 허 행장과 이 사장은 각각 지주 디지털혁신부문장, 개인고객부문장을 맡고 있다. 모두 1961년생 동갑내기다. 3인 부회장 체제가 되면 글로벌-디지털-전략 부문으로 역할을 나눠 경쟁하는 구도다.
윤 회장의 임기는 2023년 11월까지다. 임기 만료까지 아직 2년 가까이 남았고, 윤 회장의 나이(만 66세)를 감안하면 추가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영진 내분을 수습하고 지배구조를 안정화한 윤 회장이 일찌감치 경쟁 구도를 만들어 후계자를 양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회장 임기까지 성과에 따라 차기 회장 후보군 입지가 다져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대추위는 KB생명보험과 KB저축은행 새 대표에 각각 이환주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허상철 KB국민은행 스마트고객그룹 대표를 내정했다. 신임 대표이사들의 임기는 2년이다.
KB증권,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인베스트먼트는 박정림·김성현, 이현승, 황수남, 김종필 현 대표이사를 재추천했다. 재추천된 대표들의 임기는 1년이다.
대추위는 "빅 블러 현상의 심화 속에서 리딩금융그룹으로의 확고한 위상 구축을 위해 시장 지위를 레벨 업할 수 있는 역동적인 차세대 리더 그룹 형성에 중점을 두고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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