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아 대만 유학생을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운전자가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시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2)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11월 25일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에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결정을 선고했으므로 효력을 상실했다"며 "해당 조항을 적용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파기 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은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헌재는 "해당 조항은 예컨대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과거 위반행위를 근거로 재범 음주운전 행위자에 대해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한다고 볼 수 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과거 위반행위가 10년 이상 전에 발생했고 그 후 음주운전을 했다면 이는 반복적인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려운데, 전의 범행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의 범행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김 씨의 형량이 감경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김 씨는 지난해 11월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9%의 음주상태로 차량을 몰다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에 따라 길을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고(故) 쩡이린(曾以林) 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 2012년과 2017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운전 당시 착용하고 있던 하드렌즈가 이탈해 갑자기 시야가 흐려졌고 당황해 피해자를 보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검사는 1심에서 김 씨에게 징역 6년형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보다 높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김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에게 보내는 사죄 편지를 대리인에게 보내기도 했고, 형사보상금 용도로 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법무법인과 예치금 보험을 체결하기도 했다"면서도 "유족은 피고인에 대한 엄중하고 합당한 처벌만을 바랄 뿐 피고인의 처벌 양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떠한 금전적인 보상이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서 보면 원심의 양형을 변경할 만한 양형 조건의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