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서울 서대문구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가 20대 남성 직원을 플라스틱 막대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이 경찰의 현장 대응을 비판했다.
숨진 직원 A씨의 유가족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술 취한 사람이 횡설수설하며 신고했다고 하는데 (경찰이) 이 사람 말만 믿고 간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의 누나는 "장례식장에 가서 (동생의 시신을) 확인할 때 얼굴에 빈틈없이 멍이 있었고 검안을 하셨던 분이 엉덩이가 다 터져 있었다고 했다"며 "양 팔에는 방어흔으로 보여지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조금이라도 자세히 살펴보거나 구급차라도 불러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생은 평소에 대표가 명절이나 생일을 잘 챙겨주는 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센터에 취직한 건데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이해가 안된다"며 "지점을 바꿔가며 대표와 3년을 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의 아버지는 "아무리 술을 먹었다고 해도 하의가 다 벗겨지고 맨바닥에 사람이 누웠으면 정황상 수상하고 생각할텐데 그냥 가버린 것이 제일 미흡하다"며 "조금만 더 자세히 지켜봤으면 아들이 살아있을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아들은 평상시 저한테도 잘했다. 한번도 화를 내는 것이 없고 엄마, 아빠 걱정을 많이 하던 아들이었다"며 "최근에 상황이 좋지 않아서 집을 두고 객지 생활을 하다보니 아들을 못 챙겼는데 그게 제일 슬프다"고 했다.
경찰 로고 [사진=뉴스핌DB] |
경찰은 지난달 31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직원을 폭행하고 플라스틱 막대로 찔러 숨지게 한 스포츠센터 대표 B(41)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당초 B 씨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부검 결과를 받은 뒤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해 구속했다.
국과수 소견에 따르면 A 씨는 70cm 길이의 플라스틱 막대에 찔려 장기가 손상돼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고의성은 있지만 성적 의도는 없던 것으로 판단했다.
사건 발생 후 초동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자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출동 경찰관 입장에서는 신고내용이라든지 당시 현장상황, 신고자인 피의자 진술을 봤을 때 살인 범죄를 인지할 수 있었을까 우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최 청장은 "경찰관이 (피해자에게) 옷을 덮어주고 깨우는 그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살인범죄 인지 가능성이 어려웠지 않았겠느냐는게 우선적인 생각"이라면서 "그럼에도 국민의 관점에서 미비점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B 씨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 범행 동기와 사건 당일 두 사람의 행적을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당시 범행 상황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않는다면서 경찰에 신고한 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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