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기획재정부가 수출입은행의 보증업무 확대 필요성 근거로 든 사례를 스스로 삭제하면서 도둑이 제발 저리는 모습이다.
수은의 대외채무보증을 둘러싸고 무역보험공사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와중에 무보 노조에서 허위근거라고 문제를 제기한 부분을 자료에서 뺀 것은 기재부가 수은 밀어주기를 자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뉴스핌> 확인결과 정부의 정책 자료가 실리는 '대한민국정책브리핑' 사이트 상의 '해외수출 활력 제고 및 고도화 방안'(2021년 7월 5일 발표) 자료가 기존과 다른 것으로 교체됐다(그림참조).
'허위자료 논란'이 일자 기획재정부가 슬그머니 삭제한 '해외수출 활력 제고 및 고도화 방안'(2021년 7월 5일 발표) [자료=대한민국정책브리핑 누리집] 2022.01.06 fedor01@newspim.com |
무보 노조가 지난해 7월 5일 열린 '제223차 대외경제장관회의' 안건 중 허위근거라 명시라고 지적한 내용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 것이다.
◆ 대외채무보증 확대 근거 허위 지적에도 기재부 확대 강행
앞서 정부는 지난달 13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무보 연간보험 인수금액의 35%로 제한돼 있던 수은 대외채무보증 총액제한 비율을 50%로 확대했다.
대외채무보증은 국내 물품을 수입하는 외국인이 구매대금을 대출받을 때 채무를 보증해주는 제도다. 무보 수출보험·보증과 업무영역이 중복된다.
대경장 당시 기재부가 확대 근거로 제시한 내용은 변화하는 해외수주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 등으로 해외수주가 무산된 사례가 최근 4년간 최소 4건 이상, 121억달러로 추정된 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보 노조는 낮은 총액제한비율 때문에 해외수주가 무산됐다는 수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환경문제로 사업추진이 중단되거나 사업성 부족으로 자체적으로 철수했을 뿐 수은이 주장하는 금융지원 부족에 따른 수주 실패 정황이나 근거는 전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수은이 무보에 협의를 요청하면 수은이 총액제약 없이 대외채무보증을 할 수 있지만 협의 요청 사실이 없었다는 점도 대외채무보증 총액제한으로 인한 해외사업 무산 주장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대외채무보증 확대 근거로 제시하는 현지화금융은 무보가 이미 활발히 지원중인 영역으로 새로운 금융기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측 문제제기 내용 [자료=무보 노조] 2022.01.06 fedor01@newspim.com |
◆ 무보 노조 지적 내용 일체 사라져…정부공개 청구 등 압박에 삭제 의혹
이처럼 무보 노조가 기재부의 대외채무보증 확대 근거가 허위라고 지적한 내용 일체가 자료에서 사라졌다. 남아있는 내용은 '변화하는 해외수주 환경을 반영한 대외채무보증제도를 개선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업의 해외진출 적극지원'이라는 원론적인 얘기 뿐이었다.
무보 노조가 감사원 감사 청구를 비롯해 기재부에 정부공개를 청구하면 압박에 들어오자 수은 밀어주기에 제발 저린 기재부가 자료의 내용을 소리소문 없이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무보 노조는 지난달 23일 수은 감사실에 직원의 허위정보 작성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지만 일반적 민원접수 답변기한인 7일 뒤에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에 같은달 30일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고 다음날 기재부에 수은 대외채무보증 확대 근거로 제시한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자료의 내용이 삭제된 것은 기재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이후로 보인다. 무보 노조 관계자는 "기재부에 수은 대외채무보증 확대 근거 도출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한 이후 자료 한 번 더 확인했는데 관련 내용이 사라진 것을 알게됐다"며 "정보공개 하루 전만 해도 있던 내용이 사라진 이유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정보공개를 할 수 있는 최종본을 공개 해야하는데 국토부에서 자료를 올리면서 잘못 올린 것을 수정한 것 뿐"이라며 "특별한 이유가 있어 자료 내용이 삭제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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