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기업공개(IPO)에 시동을 건 케이뱅크의 상장 후 기업가치가 10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많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최초로 상장에 성공한 카카오뱅크의 상장 당시 시가총액(약 30조원)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경쟁력'을 기업가치의 차이를 가져온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7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했다. 이달 중 증권사 제안서를 받아 다음 달 안에 주관사단을 선정할 계획이다.
케이뱅크 사옥. (사진=케이뱅크) |
케이뱅크는 이르면 연내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실적·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실사 진행후 상반기 내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면 하반기에는 증시에 입성할 수 있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주관사단 선정 이후 약 8개월 만에 IPO를 완료했다.
현재 케이뱅크의 장외시장 거래 가격은 1주당 2만원으로, 시가총액은 7조7000억원 대이지만, IB 업계에서는 상장 후 케이뱅크의 시총을 10조원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관측한다. 인터넷전문 은행의 경우 주가자산비율(PBR) 5~6배를 시총의 적정 수준으로 봐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PBR 5배 적용시 케이뱅크의 시가총액은 8조5000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상장으로 인한 투자심리 등을 반영하면 10조원 안팎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 기업가치에 비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카카오뱅크에 비해 플랫폼 경쟁력에서 뒤떨어진 영향으로, 향후 케이뱅크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요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르게 여신‧수신 상품을 늘리며 몸집을 키웠다. 상장 당시 공모가 거품 논란이 나오자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많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기반으로 한 금융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과 이로부터 파생되는 높은 성장성은 기존 은행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2017년 7월 금융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의 상장 당시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335만명으로 모바일 앱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MAU는 1470만명, 고객수는 1740만명에 달한다.
이에 비해 플랫폼 효과를 보지 못한 케이뱅크의 가입 고객은 지난해 12월 기준 700만명을 돌파, 2020년 말(219만명)에 비해 세배 이상 늘었지만, 카카오뱅크 고객수의 40%에 불과하다.
고객수를 바탕으로 한 여신 잔액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여신 잔액은 25조385억원 수준인 반면, 케이뱅크의 경우 같은 기간 12조3100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도 국내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 효과에 힘입은 결과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실적 개선은 이자이익 증가에서 상당 부분 기인했다"라며 "기업가치 제고의 최대 관건은 단순 은행을 넘어 금융 플랫폼으로의 포지셔닝 여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지난해 첫 연간 흑자전환이 유력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가 주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업비트가 실명계좌 제휴처를 확대할 경우 케이뱅크가 현재와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업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