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기업들이 하나 둘 해외로 생산공장을 지어 떠나다 보면 한국은 국내산업이 없어질 것이다". 얼마전 만난 국내 한 대학교수는 배터리 공급망 문제에 대한 해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의 말에는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각개전투 중인 기업들의 깊은 고뇌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부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있었다.
이윤애 산업1부 기자 |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등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재료의 공급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광해광업공단은 최근 리튬이온전지의 필수 원료인 탄산리튬의 국내 수급이 '공급불안' 단계로 떨어졌다고 경고했다.
불안정한 수급은 가격을 끌어올린다. 이달 초 배터리에 들어가는 탄산화합물인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275.5위안(5만1854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무려 5배나 급등했다. 다른 광물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는 당장 올해부터 흑연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터리 업계는 원자재를 공급처와 장기계약, 지분투자,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꿰하는 한편 완성차 업체와는 원료가격-공급가격 연동 계약을 통해 비용상승 부담을 줄이고 있다. 다 쓰고 버려진 배터리에서 주요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해 새 배터리에 사용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개발에도 진력하고 있다.
이런 해법들이 모두 해외공장 이전을 촉진하는 것들이라는 업계와 학계의 지적이다. 배터리 업계는 이미 완성차 업체와의 근접성 확보, 각국 정부의 인센티브(유인책) 등으로 국내가 아닌 해외에 조 단위의 투자를 통한 공장 신증설을 추진중이다. 공급망 문제도 이를 더 촉진할 것이란 견해가 많다.
결국에는 국내에 남는 공장, 산업이 없게될 것이라는 우려다.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움직임을 보이는 미국, 자국내 공장 신증설에 열을 올리는 중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공급망 등 기업에 닥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중국은 공급망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 전략을 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핵심 비축 광물을 정하고 전방위 자원외교를 통해 확보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중국의 핵심 광물자원 매장량은 10% 미만이지만 생산·공급망은 80~90%를 장악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해외 광구 수주전에서 중국과 맞붙으면 매장량 평가에서 10억이면 되는데 중국은 100억을 불렀다"며 "당시에는 그런 중국의 행태를 비웃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이 세계 광물을 싹쓸이해갔다"고 말했다.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원재료의 안정적인 공급 등으로 날개단 중국 CATL은 미중 간의 무역분쟁 속에서도 세계 1위 배터리 업체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역할을 찾아서 적극 나서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공급망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호주 외의 국가와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체결하거나 광물 확보를 위해 다시 해외자원 개발에 나서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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