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KDB생명보험 매각작업이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이 계약 기한이 지났다며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것이다. 산업은행과 JC파트너스는 계약 기한이 칸서스자산운용 동의하에 적법하게 연장됐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 11일 법원에 KDB생명 경영권 지분 주식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KDB생명 지분 26.9%를 보유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PEF) 펀드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산업은행과 함께 공동으로 65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KDB생명을 인수했다.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 2020년 12월31일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와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KDB칸서스밸류PEF 등이 보유한 KDB생명 구주(93%)를 2000억원에 인수하고 3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총 5500억원에 KDB생명을 인수하는 것이 골자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KDB생명 본사 2020.03.30 0I087094891@newspim.com |
칸서스자산운용은 계약 기한(1년)이 지난해 12월 30일에 이미 만기가 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기한 연장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의견이 배제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칸서스자산운용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반면 산은과 JC파트너스 측은 지난달에 이미 계약 기한을 적법하게 연장했다고 주장한다. 칸서스자산운용 측 관계자가 참여하는 투자심의위원회 협의를 거쳐 결정한 사항인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칸서스 측은 지난달 30일 JC파트너스가 발송한 기한 연장 관련 공문에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함께 도장을 찍어놓고 아니라고 하는 상황이라 왜 그런 행동을 취하는지 모르겠다"며 "금융당국 심사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계약 기한 연장은 상호협의 하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칸서스자산운용의 가처분 신청이 의도적인 지연행위라 보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이전부터 투자한 금액에 비해 매각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이유로 매각에 대해 반대의사를 내비쳐왔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금융당국의 심사가 늘어지는 것을 이용해 계약을 정지시킨 후 가격을 높여 재매각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국은 아직까지 JC파트너스의 대주주 적격심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JC파트너스가 보유한 또다른 보험사 MG손해보험의 자본적정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MG손해보험은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 자본 적정성 심사에서 4등급(취약)을 받아 경영개선 요구를 받았다.
산은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 KDB생명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그간 산은에서 투입한 공적자금만 1조원 상당에 달하는 만큼 매각의지가 강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처분 신청이 매각 작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기는 힘들겠지만 금융당국의 심사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MG손보의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기 전까지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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