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카드업계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고려했던 데이터캡처 매입 방식 전환을 포기하는 모양새다. 카드수수료 인하 영향을 받은 밴(VAN)업계 반발이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비용절감 방안에 대한 카드업계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달을 끝으로 상위 5개 밴사(나이스정보통신·키스정보통신·케이에스넷·스마트로·KICC)와의 협상을 중단했다. 그간 현대카드는 밴사에 위탁하던 데이터캡처 매입 업무를 소프트웨어 기반 사업자 '케이알시스(KRSYS)'로 100%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해온 바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밴사와의 정례미팅 과정에서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며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데이터캡처 매입 업무는 매출전표를 수거·점검하는 작업이다. 소비자가 결제 서명을 하면 밴 대리점은 가맹점 단말기 별로 결제전표를 수거해 밴사에 넘긴다. 밴사는 승인데이터와 결제전표를 확인한 후 카드사에 보낸뒤 수수료를 청구한다. 밴 대리점은 밴사로부터 용역비용을 받는다.
카드업계와 밴업계는 지난 2017년부터 데이터캡처 매입 업무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카드사들은 매입 업무 대행 비용이 밴대리점의 절반 수준인 케이알시스에 위탁 하기를 원했으나 밴 업계 반발에 부딪혀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신한·삼성·롯데·하나카드가 매입업무 중 일부분만을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롯데카드가 매입업무 전환과 관련한 밴사와의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의 매입 방식 전환이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밴 업계가 카드수수료 인하 이후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눈치만 보는 모습이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밴사 매출도 1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가 수수료까지 줄이려고 하면 저희나 밴대리점 업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가 밴 대리점들이 주로 관리하는 영세가맹점에 더 크게 적용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관계자는 "매입 방식을 전환한다는 것은 결제 과정의 한 단계를 없애버린다는 것"이라며 "매입방식 전환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답했다.
카드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는 물론 새해부터 카드론 규제가 더해지면서 당장의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영세 소상공인인 밴 대리점을 비롯해 밴 업계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용 절감 방안에 대해 업체마다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204m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