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지혜 기자 = 국내외 금리상승 기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미리 조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회사채 수요예측이 예정된 기업은 총 17곳으로 회사채 발행예정 규모는 2조5500억원 수준이다.
먼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오는 8일 회사채 수요예측으로 회사채 발행 러시의 시작을 끊는다. 최대 3000억원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구조는 3년물과 5년물로 모집액은 각각 1500억원, 500억원 수준이다.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 전경 [사진=미래에셋] |
이어 회사채 시장 큰손인 에쓰오일이 5년물과 7년물, 10년물로 트랜치를 나눠 회사채를 발행한다. 오는 9일 수요예측을 통해 17일 발행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앞서 에쓰오일은 지난 2020년 8월 총 42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SK실트론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등으로 최대 3000억원을 조달해 만기채 차환을 비롯한 운영 자금에 투입할 계획이다. 트랜치는 3년물과 5년물로 나누는 것이 유력하다.
현대건설은 3년물 700억원, 5년물 1000억원, 10년물 300억원으로 총 2000억원을 발행한다. 최대 4000억원의 증액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10일 수요예측으로 22일 발행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말 최대 5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만기 구조는 3년·5년·10년물로 구성됐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이 밖에 한화건설(2년물 400억원, 3년물 800억원), 롯데푸드(3년물 1300억원) 등도 이달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다.
다만 불확실성 확대로 회사채 시장의 연초효과도 사라져 일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지주는 최근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으나 수요예측을 철회했다. 현대위아도 최대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미뤘다. HDC현대EP도 계열사 HDC현대산업개발의 건설 붕괴사고로 인해 일정을 중단하고 발행 계획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올해 연초효과를 기대했던 회사채 시장은 오히려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1000억원 모집에 48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으며, LS전선도 5년물 600억원 모집에 300억원만 확보했다.
국내적으로는 추가경정예산 이슈가,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인 스탠스가 불확실성을 증폭시킨 상황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투자자들도 유동성이 떨어지는 회사채 투자에 적극적이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회사채 발행자 입장에서는 회사채 발행에 대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전체적으로 회사채 발행은 작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나 이러한 금리 불확실성으로 인해 4월까지는 회사채 발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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