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카드업계가 이달부터 대형 가맹점과 수수료 협상을 시작한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이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 만큼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형 가맹점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 각 카드사는 연 매출액 30억원 초과 대형 가맹점과 수수료 협상을 시작한다. 협상은 당국의 적격비용 재산정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에 통상 3년마다 이뤄진다. 계약 기간을 고려했을때 자동차 업계부터 협상을 시작할 전망이다.
◆ 카드사 "수수료 원칙대로 적용" vs 대형 가맹점 "우리도 낮춰달라"
이번 협상에서 카드사들은 지난 2019년과 같이 최대 0.3%p 수준 인상안을 제시할 전망이다. 현재 대형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이 1.8~2%에 걸쳐있는데 이를 2% 안팎 선으로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영세·중소 가맹점과 같이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도 적격비용을 산정하는 산식을 제시한다"며 "카드사는 원칙에 따라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는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된 만큼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0.1~0.3%p 인하했다. 카드업계에 매년 약 4700억원 수수료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카드사 노조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반대!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폐지' 카드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2021.11.15 yooksa@newspim.com |
대형 가맹점 수는 전체 가맹점 4% 수준이지만 매출 비중은 영세·중소 가맹점보다 크다. 특히 자동차·유통·항공·이동통신사 등은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만큼 초대형 가맹점으로 분류된다.
대형 가맹점이 인상안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중소·영세 가맹점과 같은 수준 인하를 요구하는 곳도 상당수다. 지난 2019년에도 몇몇 대형 가맹점은 수수료율을 오히려 인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이 깎인 후 협상에 임하다보니 대형 가맹점과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당국이 제시한 산식에 따라 수수료를 산정해도 대형 가맹점에서 쉽게 수용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전문가 "정부, 수수료 문제 개입하려면 대형 가맹점에 개입해야"
카드사는 철저히 '을(乙)' 위치에 놓인다. 카드사는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 가맹점을 포기할 수 없지만 대형 가맹점은 다른 카드사를 선택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통해 수수료 인하 여력이 공개되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9년 협상에서 신한·삼성·롯데카드와 갈등을 빚자 결제를 거부했고 결국 당초 제시안보다 낮은 수준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이러한 선례는 이후에도 영향을 미쳐 협상이 장기화되는 단초가 됐다.
금융당국 입김도 대형 가맹점에는 작용하지 않는다. 여전업법 상 제시된 카드 수수료 산정 산식을 비금융사가 지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2021.05.06 tack@newspim.com |
지난 2019년 금융위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 협상 중 발생하는 위법사안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지만 실제 결과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직접 산정해 적용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카드사와 개별 가맹점 수수료율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금융당국이 관여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번에도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경우에 따라 길게는 연말까지 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정부가 카드 수수료 문제에 개입하려면 영세·중소 가맹점이 아니라 대형 가맹점에 개입해야 한다"며 "대형 가맹점들이 고객을 볼모로 압박하다보니 카드사가 손을 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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