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주요국 시장금리가 또 한 차례 크게 들썩거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속화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소위 '서브 제로' 채권의 시가총액이 불과 하루 사이 1조5000억달러 증발했고, 미국 30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을 탈출하는 등 이변이 속출하는 모습이다.
미국 12월 고용 지표가 호조를 이루면서 채권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올해 공격적인 긴축이 이뤄질 가능성에 전력 베팅하고 나섰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3월 연준의 50bp(1bp=0.01%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투자은행(IB) 업계는 과거와 다른 매파 기조에 대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그린 데 따라 서브 제로 채권시장의 시가총액이 지난 3일 하루 사이 1조5000억달러 증발했다.
연방준비제도 [사진=블룸버그] |
독일과 일본 등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채권이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지역의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0% 선을 건넜다.
일본 5년물 국채 수익률이 플러스 수익률을 낸 것은 6년 전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같은 만기의 독일 국채가 0% 선을 넘은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이 밖에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2%까지 오르며 2016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같은 만기의 호주 국채 수익률 역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뒤 하루에 9bp 뛰었다.
미국 30년 실질금리는 이날 장중 7bp 상승하며 0.08%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미국 벤치마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장중 8bp 이상 급등하며 1.922%에 거래됐다.
삭소은행의 엘시아 스피노치 채권 전략가는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서브 제로 채권은 조만간 추억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미국 연준 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매파 기조에 무게중심을 서둘러 옮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삭소은행은 올해 말 독일 2년 만기 국채 수익률 전망치를 0.1%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마이너스 0.3% 선에서 등락하는 수익률이 플러스 전환을 이룰 것이라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광범위한 확산에도 지구촌 경제가 강한 저항력을 보이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기록적인 상승을 지속하면서 중앙은행 정책자들이 물가 통제에 팔을 걷었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율 기준 7.0% 급등해 40년래 최고치를 나타냈고, 영국 물가 역시 같은 기간 5.4% 치솟으며 30년래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골드만 삭스가 지난달 보고서를 내고 올해 연준이 5차례의 금리인상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했고, 일부에서는 3월 이후 12월까지 총 7차례의 금리인상을 점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지표가 호조를 보이자 트레이더들은 긴축 가속화를 기정 사실화하는 움직임이다.
채권 스왑 시장은 3월 금리인상 폭을 32bp로 반영하는 상황이다. 또 올해 말까지 130bp에 달하는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46만7000건에 달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의 상단인 25만건을 크게 웃도는 결과다.
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 교수는 이날 투자 노트를 통해 "이번 고용 지표는 연준의 정책 방향이 적합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한 차례의 고용 지표 발표하 남아 있지만 이제 관건은 3월 금리 인상 폭이 25bp와 50bp 중 어느 쪽인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UBS도 보고서를 통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마이클 클로허티 채권 전략 헤드는 "이제 시장은 연준이 아주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일드커브의 평탄화와 함께 실질금리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월가는 서브 제로 채권 물량이 급속하게 위축되는 모습에 반색하는 표정이다. JP모간은 최근 투자 보고서를 내고 "마이너스 금리가 신용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시스템의 질서를 교란해 자산 가격을 왜곡시킨다"며 최근 상황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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