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배당금 규모도 전년대비 대폭 늘어난 모습이다. 한화투자증권 등 배당을 중단해왔던 증권사들도 주주 환원 차원에서 배당금 지급을 개시할지 여부에 주목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1주당 38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작년 2200원 보다 72% 상승한 수치로 시가배당률은 7.7%다. 미래에셋증권은 보통주에 300원, 우선주에는 33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보다 각각 50%씩 올렸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2022.02.10 lovus23@newspim.com |
교보증권은 차등배당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교보증권 이사회는 최대주주는 주당 100원, 소액주주는 주당 500원을 배당하는 차등배당을 결의했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배당규모를 축소했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전년 320원에서 100원으로 68% 가량 줄였다. 앞서 지난 5월 메리츠증권은 배당성향을 기존 3분의 1로 줄이는 대신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주주 환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이사회에서 배당 규모를 의결한 증권사들은 주당 배당금을 작년 대비 평균 30%를 올렸다. 메리츠증권을 제외하면 상승률은 44%에 이른다.
이처럼 배당 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던 건 증시 활황에 따른 호실적 덕분이다. 증권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배당 지급여력을 마련했다. 지난 2020년에만 해도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 곳 뿐이었지만, 2021년에는 미래에셋증권(1조4858억원), 삼성증권(1조3111억원), NH투자증권(1조3167억원) 등 세 곳이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도 영업익 1조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3분기 누적 영업익이 1조637억원, 9607억원으로 집계됐다.
중형 증권사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메리츠증권과 대신증권의 영업익은 9489억원, 8956억원으로 집계되며 1조원에 근접했다. 한화투자증권은 999억원에서 2088억원으로 두 배 넘게 점프했다.
이에 배당확대가 기대되는 동시에 그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한화투자증권과 같은 증권사들도 배당지급에 동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2015년 이후 지난 5년간 배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유안타증권과 KTB투자증권의 경우 각각 1, 2년 전부터 배당금을 다시 지급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지급경영진의 의지는 물론 실적 성장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유안타그룹 편입 이후에 사업기반이 안정화되고 수익창출력 제고되면서 2020년에 배당가능재원이 생성됐다. 그러면서 주주환원정책 일환으로 배당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국내 주식시장이 외면받은 이유 중 하나는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배당이 적었기 때문"이라며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도 있었고 (증권사들의) 수익 규모가 커지면서 주주 친화라는 명분으로 배당금을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선 증권사 이익의 변동성이 큰 만큼 배당 확대 기조가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금융주처럼 배당성향을 가이드로 제시하지 않는다. 작년엔 증권사가 이익이 많이 나와서 배당도 그에 맞게 커진 것이지만 증권사는 기본적으로 이익의 변동성이 크다. 올해만 해도 작년만큼의 이익이 나오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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