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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앞에 집결한 민주노총 "노예의 삶 돌아갈 수 없어"

기사등록 : 2022-02-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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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점거농성 이틀째, 결의대회 열어 사측 압박
진경호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황 만들 것"
CJ대한통운, 본사 폐쇄하고 시설보호 요청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지 이틀째인 1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CJ대한통운에 사회적 합의 이행과 노사대화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재벌규탄, 택배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비좁은 공간 탓에 결의대회에 참여한 조합원 중 일부는 본사와 100여 미터 떨어진 주차장 등에서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참석자 수를 1200여 명으로 추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CJ 자본이 노동자들의 목숨값을 탐욕스러운 이빨을 드러내며 빼앗아가려고 한다"며 "자본의 탐욕 앞에 무릎을 꿇는다면 노동조합을 갖지 못해 뿔뿔이 흩어졌던 노예의 삶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경호 택배노조위원장은 "46일 동안 얼굴 좀 보자, 대화하자고 했지만 CJ대한통운은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버티면 이긴다 주장하고 있다"며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승리로 마무리하자는 게 이번 투쟁의 진심"이라고 외쳤다. 

자유 발언에 나선 이수진 택배노조 조합원은 "우리는 열심히 노동해서 돈 벌고 싶은 택배기사들"이라며 "46일째 택배노동자들을 차디찬 거리로 내몰고 있는 CJ대한통운에 너무나 화가 난다. 우리 택배 노동자들과 대화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과로사 주범! CJ재벌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2.02.11 hwang@newspim.com

참가자들은 'CJ이재현이 책임져라', 'CJ 재벌 규탄한다'고 쓰여진 손피켓을 들고 지도부의 지휘에 맞춰 구호를 외쳤다. 전날 본사를 기습한 조합원 200여 명은 건물 밖 노조원들이 응원을 하자 손을 흔들고,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CJ대한통운 본사에서 CJ 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같은날 오전 11시 전국민중행동도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은 노조와 즉각 대화에 나서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1·2차 사회적 합의는 국민들의 박수 속에 타결되었지만 합의한지 6개월이 넘도록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는 택배대리점과 노동자들이 이야기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진짜 사장인 CJ대한통운이 대화에 나와서 해결하면 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택배노동자들은 생존권 대란과 과로사 대란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은 지금이라도 '사회적 합의를 지키겠다', '노동자들에게 잘못했다'하고 즉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도 "택배노동자들이 일을 해야하는 이 시간, 가족들의 생계를 뒤로하고 투쟁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 소속 조합원 200여 명은 전날 오전 11시 30분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1층 로비를 점거한 뒤 정문 셔터를 내려 진입을 차단했다. 일부는 2~3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올라가 점거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유리문이 깨졌고 이들을 막으려던 본사 직원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상을 당한 직원은 20여 명에 달하고, 8명은 응급실로 이송됐다. 목 부상을 입어 깁스를 하거나 발목염좌 부상을 당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지부 조합원들이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2022.02.10 hwang@newspim.com

CJ대한통운은 직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이날 본사 건물 전체를 폐쇄하고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했다. 또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본사 기습 점거에 관여한 조합원 등을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전날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불법과 폭력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택배요금 인상분 분배 개선과 당일 배송, 주 6일 근무 등 내용이 담긴 계약서 철회를 요구하며 46일째 파업 중이다. 택배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쓰여야 할 택배 요금 인상분 170원을 사측이 챙기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택배요금의 인상분 절반을 택배기사 몫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노사대화에 나설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며 오는 13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어 파업 지원을 위한 채권 구매 등을 결의할 예정이다.

filte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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