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러시아가 이르면 이번 주 '가짜 깃발'(false flag) 작전을 통해 우크라 침공 빌미를 만들 것이란 구체적인 첩보가 나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최근 유럽 정상들과 화상회담에서 오는 16일(현지시간)을 러시아 침공 개시일로 특정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우크라 전운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벨라루스 브레스트 지역에서 합동군사훈련 하는 벨라루스와 러시아 군인들. Belarusian Defence Ministry/Handout via REUTERS 2022.02.12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지난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러시아가 우크라 침공 빌미를 만들기 위해 이르면 이번 주 자작극을 펼칠 것이란 새로운 첩보를 보고받았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여러 미국과 유럽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러시아의 이른바 '가짜 깃발' 작전 첩보 입수 후 지난 10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
'가짜 깃발' 작전이란 상대가 먼저 공격한 것으로 조작함으로써 공격의 명분을 만드는 수법이다.
구체적인 작전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WP가 지난 3일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는 친(親)러 반군이 있는 우크라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공격받는 가짜 선전 영상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친러 민병대원들을 배우로 캐스팅했다는 전언이다. 러시아군 공격 영상을 유포해 우크라 내 분열을 일으키고, 침공 명분도 쌓는다는 구상이다.
회의에 참석한 당국자들은 해당 작전 시행이 언제일지 알 수 없다면서도 러시아가 공격 준비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데 동의했다고 WP는 전했다. 국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수도 키예프를 장악하는 데 불과 2~3일이 걸릴 것이며, 최대 5만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고 추산한다.
우크라 체류 미국인에 대한 출국 권고가 내려진 것도 긴급회의 직후다. 당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가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폐막일인 오는 20일 이전에 언제든지 우크라를 침공할 수 있다며, 48시간 이내에 출국할 것을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로부터 다음날인 지난 11일 유럽 정상들과 화상회의에서 이르면 오는 16일을 러시아가 침공할 수 있는 날로 제시했다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은 '16일 침공설' 보도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 기획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지난 11일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첩보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신한다"면서도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13일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침공 빌미 쌓기가 한창이라면서 현재 러시아 언론들은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격이 임박했다는 인상을 주는 보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2.02.10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우크라 군사위협 최고조...러 "히스테리 극에 달해" 일축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군사적 위협은 최고조다. 러시아는 지난 10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벨라루스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데 러시아군 3만명과 첨단 방공 미사일 시스템 'S-400' 2기, 전투기 'Su-35' 등이 투입됐다.
우크라는 그야말로 '삼면초가'다. 북쪽으로 벨라루스, 남쪽에는 크림반도, 동쪽에는 친러 반군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10만명이 넘는 러시아군이 우크라를 에워싸고 있다.
우크라도 같은 기간 전국 9개 지역에서 맞불 군사 훈련을 개시했다. 미국이 지원한 스팅어 미사일과 터키가 공급한 공격용 무인기 바이락타르 등이 투입됐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합동군사훈련이 양국 간 안보 협력 증대를 위한 것이고, 벨라루스 영구 주둔 목적은 없다며 훈련이 끝나면 군은 원래 주둔지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의 '가짜 깃발' 작전 첩보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망상적 조작 정보"라고 반발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선임 외교정책 보좌관은 "미국의 히스테리가 극에 달했다"며 양국 전화회담은 본래 14일로 예정됐지만 미국의 히스테리 때문에 지난 12일로 앞당겨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침공할 것처럼 꾸미고 있지만 실제 공격할 일은 없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안전보장 요구 관철을 위한 협상 레버리지 확보 수단이라는 것이다.
안드리 자고로드니우크 전 우크라 국방장관은 러시아 주둔 병력이 10만여명이라면 우크라 병력은 즉시 출전이 가능한 15만명을 포함한 총 25만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 침공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싸울 준비가 돼있다. 그러니 협상 테이블에 앉아 우리 요구를 들어라"란 메시지 전달용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평가한다.
미국과 서방국의 외교적 해법 노력도 현재 진행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재자로 지난 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면 이번 주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양국을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말 러-우크라 정상과 전화회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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