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야권 단일화 방법을 두고 양측 의견이 엇갈리면서 2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구도가 출렁거리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국민 경선 방식의 여론조사를 제안했지만 윤 후보는 "고민해 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며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두고 일종의 '벼랑 끝 전술'로, 역선택 결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윤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제안한 방식으로 단일화 후보를 결정하게 되면 여당 지지층이 안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민의당 안 후보는 3·9대선 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13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구체제 종식과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제안에 윤 후보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단일화 제안에 윤 후보는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방식을 둘러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갈등은 곧바로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열망과 대의를 존중해 야권 통합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사실상 윤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 시그니엘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2.13 photo@newspim.com |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 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며 여권 지지자들의 '역(逆)선택' 가능성을 여론조사 반대 명분으로 내세웠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1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며 여론조사 방식을 함께 제안한 것에 대해 "안 후보님 제안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병민 국민의힘 선대본 대변인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불협화음을 더 키울 수도 있다"고 했다. 단일화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이다.
김 대변인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는 부정적인 입장도 냈다. 김 대변인은 "어제 있었던 제안을 보면 4.7 보궐선거 방식을 언급했는데 과거와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기준을 제시한 점이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선거기간 야권의 불협화음을 더 키울 수 있는 것 아니냐 일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관련해 안 후보 측은 "역선택에 피해를 볼 사람은 안 후보지 윤석열 후보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이태규 총괄본부장은 같은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후보가 제안한 방식은 우리가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고 국민의힘에서 쓰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어쨌든 안 후보가 제안하셨기 때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고 있고 (여론조사 방식으로) 못하시겠다고 하신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장 단일후보 경선할 때 국민의힘에서 원하던 방식을 수용해서 해준 것"이라며 "그 방식에 의해 (지난해 서울시장 단일후보 경선 때) 안 후보는 졌다"며 "윤석열 후보도 대선 후보가 됐고 이준석 대표도 당 대표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첫날인 13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이 안철수 후보를 대리 등록하고 있다. 2022.02.13 photo@newspim.com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여론조사 방식으로 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안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안철수 후보가 주장하는 방식대로 하게 되면 이재명 지지자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역선택이라고도 하는데 윤석열 후보는 이런 문제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제안 이유'에 관해서는 "단일화 압박에 대한 선제방어"라며 "오히려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게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적은 투자로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공동정부나 단일화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점쳤다. 이 평론가는 "윤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으로 했을 때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 역선택 방지 조항만 조율하면 여론조사 방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 후보는 단일화하지 않고 완주해서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지난번 대선에는 20%의 지지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더 떨어져 단일화 안 하고는 추후에 정치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왜 후보 등록 후 단일화를 제안했나'라는 질문에는 "안 후보 입장에서는 그게 본인 지분을 챙기는 방법일 수 있다"며 "단일화 협상과정 주도하고자 하면서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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