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23년째 '시장'에 대한 글을 쓴다. 블로그 운영을 시작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고, 책을 쓰기 위해 공부한다. 대중에겐 '말 잘하는' 경제전문가로 더 유명하다. 29년 차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리치고 인베스트먼트 대표 얘기다.
홍 대표는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교보증권, KB국민은행 등을 거치며 거시경제 환경을 예측해 왔다. 국민연금에서 투자운용팀장을 맡아 직접 자금을 운용해 보기도 했다. 현재는 경제전문가이자 재테크 멘토로서 금융 문맹 퇴치에 기여하고 있다. 투자자문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가장 좋은 투자는 '잃지 않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식 분산투자와 리밸런싱을 추천하고, 경험적으로 달러 환율을 이용한 스위칭 전략을 중시한다. 평소에는 달러 자산을 모으다 국내 증시가 패닉에 빠지면 원화 비중을 늘려 환차익과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내는 식이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가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2.08 kimkim@newspim.com |
◆ 필승 전략 '달러 스위칭'..."환차익에 저평가주 매입"
홍 대표에게도 투자가 어렵던 시절이 있었다. 사회 초년 시절 주식 투자에 실패해 빚을 지기도 했다. 당시 맞보증까지 서 빌린 돈으로 친환경 테마주였던 제지 회사 주식을 사들였는데 주가가 급락하자 손절해야 했다. 잘 알지도 못했던 회사에 '올인'한 것이 화근이었다.
홍 대표는 "초기 투자자들이 하는 실수라는 실수는 혼자 다 했다"며 "기업 분석도 안 하고 위험 관리도 없이 투자한 저를 혐오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주식 투자 실패를 만회할 기회는 10여 년 만에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은 급등하고 국내 코스피 지수는 1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홍 대표는 들고 있던 달러를 팔아 국내 주식 5개 종목을 사들였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높은데 주가수익배율(PER)이 낮은 '저평가 고수익 기업'을 찾아 돈을 벌었다.
홍 대표는 "환차익도 얻고 주식 투자에서 큰 성과를 내면서 투자에 자신감이 붙었다"며 "그때부터 확립한 투자 철학은 우리나라 자산에만 목매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환율이 급등하니 달러 자산에 꾸준히 투자하면 환차익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달러 가치가 치솟을 때 환전해 값싼 자산을 매수하는 방식인 '달러 스위칭'은 홍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필승 투자법이다. 평소에는 외화예금이나 달러선물·달러국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국내 지수가 폭락하면 저평가된 주식을 산다.
홍 대표의 경우 주로 지수 추종 ETF를 선호하지만 2차 폭락이 오면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대형 수출주를 매수한다. 그는 "경기가 나빠지면 환율이 급등하는데 결국 수출기업의 이익은 좋아지게 된다"며 "시장이 패닉에 빠질 때는 개별 종목 투자는 거의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가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2.08 kimkim@newspim.com |
◆ "코스피, 추가 충격 시 매수"...국내 주식 늘릴 타이밍
달러 스위칭을 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은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홍 대표는 부동산(40%)과 실물자산(10%)을 제외하면 금융자산을 주식과 채권으로 25%씩 보유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 자산 비중이 높아지므로 이를 팔아 자산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리밸런싱 전략은 주식시장의 저점을 잡을 때도 유용하다. 홍 대표는 "국민연금은 항상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질 때 사고 급등할 때 판다"며 "채권과 주식의 비중에 따라 매매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리밸런싱을 하면 자연스럽게 저점 매수, 고점 매도를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3 대 7일 때 주식 가격이 올라 4 대 6이 되면 주식을 팔아 채권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홍 대표는 요즘 국내 증시를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가 달러를 매수할 타이밍이었다면, 올해는 급등한 달러를 팔아 저평가된 주식을 살 때라는 계산이 나온다. 홍 대표는 "여기서 더 떨어지면 국내 주식은 너무 싸다"며 "코스피 2600~2700선에서는 더 많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쌓여 있는 순자산가치도 누적적으로 늘어나는 나라인데 올해 기업들의 이익도 엄청나다"며 "그래서 싸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이고, 현재 공포와 패닉의 이유가 전쟁 리스크 등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라는 게 두 번째 이유"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시장에 한 번 더 패닉이 온다면 그때는 정말 사야 한다고 보는 쪽"이라고 말했다.
현재 거품이 가장 심한 자산으로는 미국 성장주를 꼽았다. 미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앞두고 가치주·배당주 쪽으로 주도주가 이동하고 있는 데다 이미 성장주에 선반영된 기대감이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이제까지는 좋은 성과를 냈지만 지금은 정말 실적이 나오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고 있고, 메타 사례에서 보듯 한 발만 삐끗해도 우당탕하는 시장이라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대표는 경제 멘토답게 주린이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한 첫걸음은 분산 투자이고, 주식·채권·리츠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한국경제 구조에 대한 공부가 우선돼야 한다. 그는 "우리나라 경기의 변동성이 왜 큰지 구조에 대해 조금만 공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 도서로는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의 저서를 꼽았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가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2.08 kimkim@newspim.com |
◆ 홍춘욱 대표 프로필
1969년 출생
연세대학교 사학과 학사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명지대학교 경영학 박사
한국금융연구원 이코노미스트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굿모닝증권 기업분석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EAR리서치 대표
현) 리치고 인베스트먼트 대표
<돈의 흐름의 올라타라>,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디플레전쟁> 등 다수 집필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