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중흥그룹이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 지부(대우건설 노조)와 합의를 이룬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중흥은 대우건설 노조의 요구사항은 인수 절차가 다 끝나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데 극적 타결에 이르러서다.
중흥이 대우건설 인수로 '승자의 저주'를 맞을지도 여전히 우려 사항이다.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재계 11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규모 차입과 금융위기 여파로 인수 후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다만 중흥 측은 금호아시아나와 달리 과도한 차입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대우건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중흥, 대우건설 노조 요구 상당부분 수용…극적 '타결'
14일 대우건설 노조에 따르면 대우건설 노조 대의원대회는 지난 10일 중흥그룹과 체결한 인수조건에 대한 상생협약서를 가결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독립 경영 보장을 재차 확인했고 고용보장과 직원 처우개선 등 노조의 요구안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가 합의한 협약서는 크게 ▲인수관련 사항 ▲독립경영 보장 ▲대주주 및 계열사 간 거래 제한 ▲고용보장과 노동조합 활동의 인정 ▲조합원의 처우개선 ▲매각 격려금 지급 ▲협약서 이행보장 등으로 구성됐다.
독립경영의 경우 인수 종료 후 3년간 대우건설 내부임원 출신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또한 노조와 합의되지 않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금지하고, 대우건설에 재직 및 연중 재입사 임직원들에게 매각 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중흥이 대우건설 노조와 극적으로 협약을 타결한 배경에 관심을 모았다. 앞서 중흥은 대우건설 노조의 요구사항은 인수가 끝나 노사관계가 이뤄진 후에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서다.
하지만 노조와 합의를 보지 못하면 인수를 최종 완료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중흥 측에서 노조 측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건설이 수차례 인수합병(M&A)을 겪은 만큼 노조가 서면합의서 요구를 철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중흥 관계자는 "최종 합의된 내용 외에 민감한 사항은 대우건설 노조 측에서도 양보를 해서 절충이 됐다"며 "노조 조합원이 전체 직원의 50% 이상이다 보니까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노조 측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중흥이 대우건설 인수를 마무리 지으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한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고 잔금을 치르는 과정이 남았다. 중흥은 이달 중 공정위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사를 통과하면 중흥은 곧바로 인수대금 납부를 완료하고 대우건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서울=뉴스핌] 광주 사옥 모습. [사진=중흥그룹] |
◆ 금호, 대우건설 샀다가 그룹 위기…'승자의 저주' 악몽
업계에서는 중흥이 대우건설 인수로 '승자의 저주'를 맞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있다. 과거 대기업들이 건설사를 인수한 후 그룹 전체에 위기를 맞았던 이력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우건설의 실적이 좋지만 건설업 특성상 주택경기가 꺾이면 실적이 급격히 하락할 위험이 상존해 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가 상처로 남아있다. 지난 2006년 12월 회사 인수 당시 필요한 인수대금(2조9000억원)의 대부분을 대출, 회사채 등 외부차입으로 조달했던 탓이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5~2006년까지 각각 1조4000억원, 5200억원의 자금을 부채로 조달했다.
이 기간에 두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합계가 각각 770억원, 1000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과도한 차입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난이 극심해지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결국 2010년 대우건설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했다.
이밖에도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을 6600억원에 인수했다가 그룹이 위기를 겪었다. 건영을 인수한 LIG그룹, 진흥기업을 사들인 효성그룹을 비롯해 대한전선(남광토건), 프라임그룹(동아건설)도 모두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특히 중흥건설은 KDB인베스트먼트와 협상 당시 대우건설 인수가격을 조정하게 해주면 실사 후 우발채무나 손해배상, 기타 거래(딜)이 깨질 수 있는 여러 사항이 드러나도 이를 일정 부분 감수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 중흥건설 "브릿지론 연내 상환 계획"…재무위험 제한적
다만 중흥 측은 이같은 우려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중흥은 금호아시아나와 달리 대우건설 인수에 과도한 차입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우선 중흥건설, 중흥토건 모두 기존 부채 부담이 높지 않다. 중흥건설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 2020년 말 기준 11배, 중흥토건은 4.2배로 집계됐다. 중흥건설 관련 수치는 감사보고서, 중흥토건 관련 수치는 연결감사보고서 기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지표다. 한 해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중흥건설, 중흥토건은 이 수치가 높기 때문에 이자부담이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중흥건설은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하지만 올해까지 유입될 그룹의 영업현금흐름으로 대부분 상환할 예정이다.
브릿지론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기 전까지 단기간 자금을 빌리는 형태다. 짧은 기간 동안 시행사가 땅을 사고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빌리는 투자 상품이다. 중흥이 브릿지론으로 조달할 자금은 인수대금(2조1000억원)의 약 절반 정도로 추산된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대우건설을 운영할 여력을 만들기 위해 몇년간 준비를 해온 상태에서 인수를 진행했다"고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투자자(SI)인 만큼 대우건설을 운영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릿지론이 인수 금액의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는 공개된 바 없다"면서도 "인수 금액의 약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도 중흥의 재무위험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로 현금유출이 발생할 경우 회사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전체적 관점에서 인수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2.02.14 sungsoo@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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