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 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교적 협상 여지를 계속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양보 카드 등이 거론되면서 향후 외교적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프 푸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으로부터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협상을 계속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라브로프 장관에게 "(서방측과) 합의할 가능성이 있는가, 아니면 서방이 우리를 끝없는 협상으로 끌고 가려는 시도를 하는가"라고 물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에 대해 "제 입장에서 우리의 (협상) 가능성이 아직 소멸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현단계에선 (협상을) 계속하고 강화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그는 러시아의 안전 보장 요구에 대해 서방에 보낼 재답변 문서가 준비돼 있다고 보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라브로프 장관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서방과의 협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2.02.15 |
앞서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가 안전 보장 요구에 대한 서면 답변을 요구하자, 동유럽에서 나토군 병력과 무기의 철수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거부는 협상 대상이 아니지만 러시아와의 군비 통제나 신뢰 구축 문제에 대해선 전향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미국 등이 러시아의 안전에 대한 핵심적인 요구를 무시했다며,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 병력을 증강시켜왔다.
WP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서방과의 협상 여지를 계속 열어뒀다면서 러시아가 서방과의 추가 협상에 나설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추진 정책을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금지선'으로 규정해온 크렘린궁측은 이같은 양보 조치가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완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다른 양보 카드는 검토해볼 수 있어도 헌법에 명시된 나토 가입 추진 정책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 정책은 헌법에 명시된 사항이라면서 이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철회 발언은 일단 해프닝으로 정리가 된 셈이다. 그러나 키에프 당국이 전쟁 방지를 위한 양보 카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향후 협상에서 이를 계기로 협상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와 정상회담을 가진 숄츠 총리는 1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긴장 완화를 위한 중재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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