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대선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일과 여가에 대한 공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근로시간을 둘러싼 후보별 입장차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후보는 "주4.5일제 도입"을 주장하는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후보는 "주52시간제 유연화"를 내세웠다. 각각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려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과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린다.
대통령 후보들의 근로시간 공약은 향후 5년 간 우리경제의 경쟁력과 더불어 근로환경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다. 뉴스핌은 주요 후보별 근로시간 공약을 정리해봤다.
◆ 이재명 "주4.5일제 도입…기본권 보장 확대"
이재명 후보는 주4.5일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재는 법정 노동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하는 주5일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4.5일제로 단축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휴식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초 이 후보는 주4일제 도입을 주장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격주로 4일씩 근무'로 입장을 바꿨다. 가령 이번주에 주5일을 일했다면 다음주에는 주4일 근무하는 식이다. 주요 대기업 중 CJ ENM이 금요일 오전 4시간만 근무하는 방식의 주4.5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도입 근거로는 한국의 평균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길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908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3번째로 근로 시간이 길었다.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1.7달러로 OECD 38개국 중 27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유세를 하며 주가조작 근절 서약식을 가지고 있다. 2022.02.16 kilroy023@newspim.com |
이 후보는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주 최대 52시간으로 줄었지만 우리 국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권이 존중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들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공론화와 시범사업을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함께 연차휴가 일수와 소진율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시간 외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포괄임금 약정은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그러나 주4.5일제 공약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제조업과 같이 일손이 많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근로시간이 생산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주4.5일제 도입이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근로시간 단축은 임금 삭감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윤석열 "주52시간제 유연화…경영 부담 완화"
반면 윤석열 후보는 "주52시간 근로제 유연화"를 제시했다. 이 후보처럼 일하는 시간을 단축시키기보다 현행 주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연평균 기준으로 주52시간 근로를 유지하되, 노사가 합의하면 업무 종류별 특성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현행 탄력근로제는 주 죄대 64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지만, 이를 월 단위로 확대해 지금보다 유연화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54.1%가 주52시간제 시행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윤 후보는 이런 현실을 반영해 주52시간제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대선 공식 선거운동 이틀 째인 1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2.16 kh10890@newspim.com |
앞서 윤 후보는 주52시간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왔다. 윤 후보는 지난 10일 인천 남동공단을 찾아 "주 52시간 제도를 시행했을 때 저는 중앙지검장이었는데, 중앙지검 직원들 중에서도 불편을 느끼고 반대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근무시간은 유지하되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개선해나가겠다"며 "사업주와 근로자의 합의를 전제로 필요에 따라 개별 기업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공약이 반노동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 후보의 구상대로 탄력근로를 대폭 확대하면 근로자들의 과로를 부추길 수 있고 기업에서 임금을 줄이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52시간제가 '저녁 있는 삶'과 같은 노동자 권리 보장에 기여했지만 탄력근로를 확대하면 노동권이 도로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심상정 "주4일제 도입"...안철수 "주52시간제 유연화"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주4일제'를 대선 1호 공약으로 앞세웠다.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노동시간이 OECD 회원국 가운데 3번째로 긴 반면 여가시간은 유럽과 미국 등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을 공약 배경으로 꼽았다.
심 후보는 3단계에 걸친 로드맵을 통해 주4일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2022년에는 노동조합,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이 참여하는 범시민추진본부를 구성해 공론화를 거친다. 이후 2023년에는 표준노동시간 사업장, 교대제 및 야간노동 사업장, 여성 다수 사업장 등에 주4일제를 시범 도입해 1년 반 동안 결과를 지켜본 다음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사진=정의당]2022.02.16 dedanhi@newspim.com |
심 후보는 "스코틀랜드도 주 4일제 시범 실시를 계획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출판사, 광고사, 화장품 회사 등 이미 실시 중인 회사들이 있고, 은행권도 주4.5일제 등 다양하게 주4일제로 향해 가고 있다"고 공약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마찬가지로 주52시간제를 유연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앞서 주52시간제에 대해 "너무 경직돼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주52시간제에 대해 업종별 예외적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안 후보는 "예를 들면 6개월 단위로 계산하거나 1년 단위로 하든지 연구소 같은 곳에서는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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