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선이 아파트 지하를 지나는 문제, 일부 구간 지상화 문제 등으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도봉구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서다.
애초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다음달 국토부와 GTX-C노선 실시협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일정을 미뤘다. 현대건설 측도 국토부와 더불어 주민들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사업 C노선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에 주민들이 참석해 있다. 국토부는 올해 11월 GTX-C노선 사업에 대한 민간사업자 공고를 낼 계획이다. 사업자 선정 후 노선설계를 구체화 할 예정이다. 2020.08.11 pangbin@newspim.com |
◆ 은마 주민들 "GTX 지하 관통 반대…단지 우회해야"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GTX-C노선이 아파트 지하를 관통하지 않고 우회하도록 작년 여름부터 우선협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요청했으나 여태껏 진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GTX-C 공사로 아파트 건물 균열사고가 발생할 가능성 등 주민들의 안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노선 변경에 대해 유연한 입장이지만 현대건설이 주민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성 은마아파트소유자협의회(은소협) 대표는 "GTX-C사업이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진행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업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해 노선이 아파트를 우회하는 등 여러 각도로 현대건설 측과 협의해야 하는데 아직 전혀 진전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는 노선이 아파트 단지를 우회할 경우 회전 반경을 사안에 맞게 조정할 수 있으며, 이는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현대건설 측에선 아직 노선을 우회하겠다는 얘기가 없다"고 토로했다.
국토부는 이 문제에 대해 한발 물러난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GTX-C사업은 민간투자사업이다 보니 민간 측이 설계에 대한 모든 주도권을 갖고 있다"며 "설계한 결과물을 국토부에서 승인하는 것은 맞지만, 설계 변경으로 사업비가 늘어날 경우 그 또한 민간사업자 쪽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 SRT 관통 건물 '문제' 없지만…"공사 중 싱크홀 우려"
업계에서는 GTX-C 지하 관통으로 은마아파트가 위험해지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기우'라는 지적도 있다. 은마아파트 건물의 수직하중을 견디려면 지표면에서 10~20m 아래 암반까지 기초 파일(말뚝, pile)을 박는 공사를 해야 한다.
GTX 선로가 지나는 곳은 지하 40~60m로 이 암반보다 밑에 있다. 결과적으로 지표면 위 아파트까지 진동이나 소음이 전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GTX의 '약식 버전'인 수서고속철도(SRT)의 경우, 노선이 건물 지하를 관통해서 안전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아직 없다.
SRT 노선이 지하를 관통하는 용인 기흥구 메종블루아 아파트, 성남시 분당 한국잡월드, 화성시 동탄레이크자이 더테라스 아파트, 경기 평택시 국제대학교가 있다. 이들 건물에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사람들은 "SRT로 지반 침하나 소음 피해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철도 전문가들은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GTX 개통 전 공사 과정에서 피해를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GTX 공사가 완전히 끝나서 개통한 후에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공사 도중에는 은마아파트에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예컨대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진동이 생기거나 싱크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 과정에서 은마아파트에 금이 갈 경우 GTX-C 공사 때문인지, 아니면 아파트가 낡아서 자연스레 금이 간 것인지 원인과 결과를 명확하게 규명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GTX-C 은마아파트 지하 관통에 따른 민원에 대해서는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 도봉구 "GTX 지상화 반대"…현대건설 "환승 편리"
이밖에도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GTX-C는 창동역~도봉산역 구간 지상화 문제로도 '홍역'을 앓고 있다. 도봉구 주민들은 창동역~도봉산역 구간 계획이 지상선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에 반대 의견을 내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020년 10월까지만 해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C노선 민간투자시설사업 기본계획'에서 서울 모든 구간을 기존 선로의 지하로 건설하는 방식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실시협약을 앞두고 창동역~도봉산역 5.4㎞ 구간에서 지상 1호선 선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창동역~도봉산역 구간 지상화의 경우 이용객들이 환승할 때 더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지상선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이동진 도봉구청장(사진 오른쪽 끝)이 GTX-C노선 도봉 구간 사업계획 변경 관련해 지난 10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면담했다. [사진=도봉구청] 2022.02.18 sungsoo@newspim.com |
하지만 도봉구는 지난달 25일 이 문제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런 변경 조치는 민간사업자에 수천억원의 사업비를 절감시켜 주는 반면 인근 주민들에게는 시속 150㎞ 소음, 분진, 진동 등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결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지난 10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과 직접 만나 부당한 사업계획 변경에 대해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노 장관은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서 실시협약 내용에 대해 검토 중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제기한 사항을 포함해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올 3월로 예정됐던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심의 일정은 연기하겠다"고 답변했다.
애초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다음달 국토부와 GTX-C노선 실시협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일정을 미뤘다.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 일정이 지연되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기간도 길어지게 된다.
GTX-C사업은 사업비가 4조원이 넘으며 수익형민자사업(BTO)으로 추진된다. BTO는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소유권을 정부에 이전한 다음 시설 운영권을 일정 기간동안 가지면서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을 말한다. 건설(Build), 이전(Transfer), 운영(Operate) 순으로 이뤄진다고 해서 BTO 사업이라고 불린다.
민간 사업자가 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건설에 들어간 비용과 사업수익을 직접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이 클 수 있지만 반대로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와 현대건설 모두 현재로서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협의를 지속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GTX-C를 민간사업자가 제안할 때 해당 구간을 지상화하는 쪽으로 제안해 왔다"며 "다음달 계획했던 실시협약 체결을 미루고 주민들과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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