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이 6개월의 추가개선 기간을 부여받으며 '상장폐지'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당장 증시 퇴출 위기는 면했지만 17만명이 넘는 신라젠 소액주주들의 거래정지 장기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신라젠 소액주주연합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라젠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2022.01.18 zunii@newspim.com [사진=김준희 기자] |
◆ 코스닥시장위, 신라젠에 6개월 개선기간 부여... "이행사항 지켜볼 것"
18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이하 시장위)는 신라젠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 심의·의결 결과 신라젠에 개선기간 6개월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거래소 측은 "신라젠의 개선계획 이행상황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알렸다. 거래소가 상장폐지 심사 대상 기업에 부여할 수 있는 개선기간은 최대 1년이다.
이번에 열린 시장위는 코스닥 기업의 상장폐지 심사를 담당하는 2심격이다. 앞서 거래소는 1심격인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에서 신라젠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새로 부여된 추가 개선기간의 종료일은 오는 8월 18일이다. 신라젠은 종료일로부터 15일 이내(영업일 기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와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서류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영업일 기준) 시장위를 개최해 다시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신라젠은 영업지속을 위한 임상 계획 등을 재차 구체화할 전망이다. 앞서 기심위가 신라젠의 영업부문의 개선계획 미이행을 지적했던 만큼 구체화된 임상 일정과 차질없는 계획 이행이 다시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는 지난 2020년 11월 기심위가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을 당시 펙사벡의 신장암 임상을 2021년에 종료하고 올해 기술수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지키지 못했다. 신라젠은 임상 파트너사인 미국 리제네론과 협의해 임상을 확대하면서 기간 역시 늘린 상태다.
신라젠은 이날 시장위의 심의 결과 발표 이후 "당사는 개선기간 동안 회사의 개선과제를 성실하게 이행해 거래 재개를 이뤄 내겠다"며 "현재 펙사벡의 주요 연구 및 신규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개발 등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신라젠] |
◆ 거래정지 장기화 불가피... 17만 소액주주 발 동동
이번 시장위의 결정으로 신라젠 소액주주들의 투자금은 재차 발이 묶이게 됐다. 신라젠의 주식 거래 매매는 전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로 2020년 5월 4일부터 정지됐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은 자사의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인 '펙사벡'의 임상 실패 사실을 미리 알고 신라젠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거래소는 2020년 신라젠에 대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같은 해 11월 1년 간의 개선 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이 기간 거래소는 최대주주 변경 및 자본금 확충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은 개선 기간 동안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난해 7월 엠투엔을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엠투엔이 신라젠 주식 1875만주를 6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자본금도 확충한 상태다.
신라젠의 개선 노력에 거래재개를 기대했던 소액주주들은 앞서 상장폐지를 결정했던 기심위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주연합 측은 손병두 이사장 등 거래소 관계자들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금지)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 심의 결과를 외부에 명확히 알리고 싶어도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되다보니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직원의 횡령·배임건은 계속기업으로서 영속성을 파악하기 위한 촉발 지점일뿐 문제는 회사의 영업이행 정도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라젠은 2016년 코스닥 상장 이후 한때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던 기대주였다. 신약 파이프라인인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도 올랐지만, 2019년 8월 미국 임상 자문기관인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 3상 중단을 권고 받았다고 발표하며 급락했다.
한편 2020년 말 신라젠의 소액주주 비중은 17만4186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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