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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어 LG도 '美 고위관료 영입'...4대그룹 워싱턴 대관 강화

기사등록 : 2022-02-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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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워싱턴 사무소장에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
삼성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영입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삼성에 이어 LG도 미국 정가 인물을 영입하는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연초부터 북미 대관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미국이 자국중심주의를 강화하는 가운데 백악관을 상대로 로비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내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입법과 규제, 수출통제 움직임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어졌다는 게 업계 안팎의 설명이다.

◆ 삼성·LG, 올 들어 '워싱턴 베테랑' 영입

21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최근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을 영입했다.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 한국에서 파견된 임병대 전무와 함께 조만간 개설 예정인 워싱턴 사무소장을 공동으로 맡아 이끌게 된다. 특히 그는 미 정부기관과 의회 등 정계 등을 대상으로 한 대외협력 채널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은 로널드 레이건부터 트럼프 대통령까지 4명의 공화당 대통령 및 부통령을 백악관에서 보좌했고 '백악관의 집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40년 이상 백악관 안팎에서 일했던 만큼 미국 정계에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오랜 백악관 생활로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2022.02.21 imbong@newspim.com

앞서 삼성전자도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를 북미 지역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임원으로 영입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상원의원이던 지난 2005년부터 그를 보좌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외교안보정책을 담당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후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 등을 지내면서 '전문성과 지식을 겸비한 분석'라는 평가를 받았다.

리퍼트 전 대사는 최근까지 구글 유튜브에서 아시아·태평양의 대관 업무를 총괄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내달부터 삼성전자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부사장)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9월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를 고문으로 선임하는 등 미국 내 대관업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 글로벌 리스크 대응 차원

이처럼 국내 주요 그룹들이 미국의 거물급 전직 고위 관료를 영입하는 데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을 읽어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2차전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대관업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선 미중 무역전쟁 당시 국내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입법과 규제, 수출통제 움직임으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미중 '1단계 무역합의'와 관련해 "중국 측의 이행이 크게 부족하다"며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이 지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무역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미국 중서부 표심을 잡기 위해 제조업 확대를 약속하면서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지만,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미국의 요구에도 기민하게 대응하는 등 균형점을 찾아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면서 세계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 국내 기업 입장에선 북미 대관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공급망 불안의 원인을 찾겠다며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전 세계 반도체 기업에 대해 고객사 등 영업 관련 기밀을 요구해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한화 약 20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 중에 있고, LG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대규모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 4대 그룹 모두 '워싱턴'에 둥지

미국 정부와 의회 등에 대한 대관 업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국내 기업의 워싱턴 사무소 진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우선 LG그룹은 지난해 말 7~8명이 근무하는 미국 워싱턴DC 사무소를 개설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올해 초 개소를 목표로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국내 4대 그룹 중 미국 워싱턴에 사무소를 두지 않은 곳은 LG가 유일했다. 하지만 이로써 삼성·현대차·SK에 이어 LG까지 4대 그룹이 모두 워싱턴에 사무소를 두게 됐다.

SK㈜는 올해 초 미국 투자법인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걸음에 나섰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 출장 당시 정·관계 인사들을 직접 챙겼을 정도로 미국 내 네트워크 구축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미국 워싱턴에 사무소를 낸 국내 대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SK그룹 ▲SK하이닉스 ▲포스코 ▲한화디펜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워싱턴 사업소에 정가에 연줄이 닿는 인원을 중심으로 채용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적극 독려하다가도 돌연 압박 정책을 펼치는 등 기조가 수시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신속히 읽어내는 것이 기업의 대관 경쟁력이 된 상황"이라며 "현지 정계와의 채널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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