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품 수급난과 러시아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현지 생산 및 판매의 어려움이 예상되서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에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 현대차는 러시아 '여성의 날' 연휴인 6~8일이 지난 뒤 오는 9일부터 공장 가동을 재개할 방침이다.
현대차기아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
◆ 연 23만대 생산하는 현대차 러 공장...경제제재 시 타격 불가피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 23만대의 생산 규모를 갖췄다. 현대차가 직접 러시아로 수출하는 물량까지 합치면 러시아와 관련된 생산 및 수출 물량이 총 38만대에 달한다. 이는 현대차 글로벌 판매량의 4.5%에 달하는 수치다.
현대차는 러시아에 가장 많은 현지 법인이 진출해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러시아에 18개 법인이 진출해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22.6%로 르노그룹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할 경우 현대차에도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 본사와 러시아 현지 법인은 현재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본부 차원에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얘기는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수출 등 경제제재에 돌입할 경우 러시아 자동차의 내수 판매 규모가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사태로 인한 현대차와 기아의 재정적 손해가 45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과학부 교수는 "러시아 내수의 자동차 소비가 급감하면서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산과 수출 물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비상체계 가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제재에 따른 대금 결제 지연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제사회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 배제 시 국내 기업은 대금 결제나 지연에 따른 손해와 우회 결제로 마련을 위한 추가 비용까지 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이 수출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
◆ 현대차 "부품 수급 원활하지 않아 예의주시"
현대차는 이번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해결되면 곧 가동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 운영 중단은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것"이라며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으로 러시아 사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반도체를 시작으로 한 연쇄적 원자재 수급난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니켈과 알루미늄의 수출국이다. 특히 러시아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생산 세계 5위의 국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니켈 가격은 지난달 24일 기준 톤당 2만6105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20일 대비 34.7% 올랐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알루미늄 생산국가이기도 하다. 알루미늄 역시 니켈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이에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지속될 경우 알루미늄 가격도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차전지의 핵심원료인 니켈, 알루미늄에 대한 러시아 의존도는 6%에 달한다"며 "니켈과 알루미늄뿐만 아니라 철강 등 다른 소재들도 러시아 제재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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