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주식 뉴스는 많지만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를 위한 맞춤 뉴스는 흔치 않습니다. 잘 몰라서, 물어보기 민망해서 그냥 넘어간 경우도 적지 않았을 텐데요. 코스피3000 시대를 맞아 '금융 투자'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들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정보만을 모았습니다.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새해 들어 '자사주 매입' 공시가 심심찮게 보입니다. 자사주 매입은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꼽히는데요. 어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시장은 그 기업이 '주가를 열심히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이 때문에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에는 자사주 매입을 왜 하는지, 어떻게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 증시 얼어붙자...상장사 '자사주 매입' 봇물
코스피 상장사 셀트리온은 올해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입니다. 지난 1월 1000억원 상당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알린데 이어 2월에도 800억원(50만7937주)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32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대내외 악재로 10만원대까지 내려앉자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며 자금을 부은 것입니다.
유통기업 이마트도 지난 2월 1215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습니다. 이마트 역시 최근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과도하게 하락,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밖에도 대신증권과 메리츠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등 코스피 기업은 물론 카카오게임즈, 셀트리온헬스케어, HK이노엔 등 코스닥 상장사에서도 자사주를 활발히 취득했습니다.
올해는 유독 자사주 매입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2월 자사주 취득에 나선 상장사는 총 74개사입니다. 매입 규모는 총 1조3555억원에 이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5개 상장사가 신고한 액수(5472억원)의 2.5배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경영진의 개인적인 자사주 매입도 눈에 띕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약 100억원대 자사주를 매입한데 이어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습니다.
최근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떨어지는 주가를 부양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1년 전 3300포인트까지 치솟았던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7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미국의 긴축 가속화가 주가에 선반영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며 주가지수는 2600포인트 밑으로 밀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일부 기업은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상승 모멘텀을 만들고 있습니다.
◆ "주가 부양할 것"... 유통물량↓ 시장에 '호재'
자사주를 사들이는 목적은 여러 가지입니다.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목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주가 안정', '책임 경영' 등을 내세웁니다. 공통적으로는 주가를 떠받치려는 목적이 큰데요. 주식 거래는 매수와 매도가 성사되면서 체결됩니다. 기업이 대량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면 이론적으로는 매수 주문이 늘면서 주가의 상승 여력이 높아집니다.
주식의 일부가 자사주로 묶이게 되면 주식 유통 물량이 줄어들면서 주당순이익(EPS) 등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는데요. 당장 자금을 투입해 수익을 창출할만한 투자 기회가 없다면 자사주를 사들여 주가를 높이는 것도 주주가치 제고의 한 방법이지요. 또 기업이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다고 판단될 때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 '바닥 확인'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기업 가치에 대한 시장 평판을 개선하는 용도로도 활용됩니다.
통상 증시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호재로 작용합니다. 올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상장사 주가도 공시 전후로 상승 흐름을 보인 경우가 많은데요. IBK투자증권이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2월 자사주 직접 취득을 공시하고 매입한 25개 업체의 매입 기간 중 평균 수익률은 약 3.1%였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을 약 4.9% 상회한 수치입니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의 한 방법으로 자사주 매입 종목을 권하기도 합니다. 모범적인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상승세를 보인 대표적 사례는 메리츠증권인데요.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3월과 6월, 11월에 걸쳐 총 2524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했습니다. 꾸준한 주주환원 움직임 덕에 증권주가 부진했던 지난 1월에도 홀로 18% 가량 상승하며 두각을 보였습니다.
◆ 하락장서 약발 안 먹히기도..."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져야"
다만 자사주 매입 소식이 늘 호재인 것만은 아닙니다. 하락장에서는 자사주 매입 약발이 잘 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기업별 악재도 영향을 미칩니다. 분식회계 논란이 있던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 1월 10일 자사주 매입 공시 이후 3거래일 간 7.94% 올랐지만, 이후 4거래일 간 빠진 주가(-19%)가 더 컸습니다.
자사주 매입 방식에 따라 호재의 크기도 다른데요. 회사가 자사주를 직접 사들이기도 하지만,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 맡겨 자사주를 대신 매수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를 신탁 계약이라고 합니다. 신탁 계약은 직접 취득 방식에 비해 강제성이 낮은데요. 신탁 계약만 맺고 자사주를 사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어 실제 이행여부를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또 알고 보니 증권사를 통해 자사주 매매로 차익 실현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자사주 매입보다 더 좋은 소식은 '자사주 소각'입니다. 매입한 자사주는 언제든 시장에 다시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줍니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 일부 자사주를 아예 없앤다면 전체 주식수가 줄어 1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 경우 주당 배당금도 높아지고, 주주 가치는 극대화될 수 있겠죠.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