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레미콘업계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유연탄 가격은 시멘트업계를 압박하고 시멘트를 원료로 사용하는 레미콘업계가 그 부담을 대부분 넘겨받게 되기 때문이다.
레미콘업계 유진기업도 거의 매일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해결책 모색이 어렵다고 진단하고 최대한 빠른 상황 개선을 바라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레미콘수요가 본격화되는 3월말부터는 시멘트 공급이 모자라기 시작해 4월에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물량확보 자체가 관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4일 유진기업에 따르면 최근 회사 임원회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보통 1주일 또는 2주일에 한번씩 개최됐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1주일에도 서너번씩 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논의되는 가장 큰 사안은 레미콘 원료인 시멘트 가격 트렌드다.
◆ 오른 시멘트가격 또 오를까 우려...이달말 레미콘 가격인상 추진
이미 시멘트 업계는 지난해 7월에 시멘트가격을 인상한 후 올해 2월에 또 인상가격을 적용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2월부터 적용되는 가격은 톤 당 9만2000원대 수준으로 기존의 7만8800원 대비 17% 높다. 지난해 7월 인상요인은 시멘트 생산의 친환경 설비 설치과 기존설비 개보수로 가동률이 일부 줄어든 탓이었고, 2월 인상요인은 국제 유연탄 가격이 지난해 상승 탓이었다.
하지만 우크라 침공사태로 지난해 하반기에 안정세를 되찾던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는 요인은 아직 시멘트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시멘트 가격이 재인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유연탄국제가격은 지난 4일 톤당 232달러선으로 전년동기 79달러 대비 196.3%수준으로 급등했다"며 "가격은 지금 당장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진기업은 타사에 비해 시멘트가격 협상에서 비교적 유리했다. 단적으로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톤당 평균매입가격은 5만6778원으로 아주산업의 6만2650원보다 낮았고 이는 1분기와 2분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유진기업이 이번 사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중간재 기업으로서 가격인상 전가 구조가 동일하고 또 덩치가 큰 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 사이에 끼여 있는 상황도 한 몫하고 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중간재 기업으로서 원가인상을 제품가 인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고 특히 이번 사태는 개별기업 차원이 아니라 업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유진기업은 이달 말 경에 있을 레미콘 가격 인상 추진이 원활하기만을 바라면서 그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다.
통제범위 밖의 문제 보다는 우선 가격인상 요인을 무리를 최대한 줄이면서 전가하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만, 시멘트가격이 또 오르면 감당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미룰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2021.11.09 mironj19@newspim.com |
◆ 2개월 후엔 시멘트 물량 확보 자체가 관건
유진기업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사태와 러시아 제재 등에 대한 상황이 급속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레미콘 수요가 본격화되는 3월말을 시점으로 1개월간 즉 지금부터 2개월 후에는 가격 불문하고 시멘트물량 확보 자체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서는 유연탄 국제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 한 전문가는 "시멘트회사들이 호주 유연탄 확보에 목을 매고 있지만 운좋게 계약하더라도 러시아의 1개월에 비해 운송기간이 더 긴 1.5개월~2개월이 소요되고 그나마 운반선박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유럽에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대체연료인 유연탄 수요가 폭발하고 있으며, 이 수요도 호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 이 전문가의 관측이다. 특히 호주의 유연탄도 최근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 생산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수급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시멘트업계에서는 현재는 시설개체 등을 실시하면서 가동률을 높이지 않고 있지만 3월말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유연탄 재고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반면 공급부족으로 대체로 2개월 이내에 유연탄이 소진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시멘트업체도 레미콘업체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 절대 구체적인 언급을 기피하고 있다.
유진기업은 "현재도 시멘트 물량을 원하는 수준 100%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이대로 진행되면 2개월 후에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시멘트 물량 확보 자체가 관건"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3분기까지 매출이 6500억원 수준인 유진기업은 시멘트를 원재료로 하는 레미콘 사업 매출이 전체의 56%를 차지해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나머지 44%인 건설재재사업 부문도 레미콘사업부문과 마찬가지로 원가상승 부담이 엄청나다. 건자재 부문의 30% 이상인 형강과 철근 등도 최근 급등하는 국제철강가격의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이다. 국제철강가격도 톤당 145달러로 4개월전 90달러에 비해 161.4%수준으로 올랐다.
유진기업은 "업계 전체의 움직임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와 관련 러시아 제재 등의 악재가 어떻해서든지 급속하게 풀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