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놓고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출구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단일 기업을 넘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도 요구되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반도체 관련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주지사 등을 백악관에 초청해 회의를 열고 반도체 수급 대책을 논의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날 회의에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만 초대됐다는 점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부문 사장을 소개하며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약 21조원)를 들여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며 직접 감사를 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2022.03.04 |
이는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반도체 동맹'을 강화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을 경유한 대(對)러시아 반도체 수출에 대해 경고하면서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에서 생산된 첨단 반도체가 러시아에 흘러가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반도체 수입량의 70%를 중국에 의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 관련 기업들을 모아 대책 논의를 해왔다. 특히 중국이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으며 기술력을 강화해나가자 반도체 패권을 쥐겠다는 목표로 한국, 대만 등 반도체 선두주자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통화에서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등에 대한 동맹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한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현지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만큼 아슬아슬한 양다리 외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중국은 이들 기업의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에서 명쾌한 해답을 내놓기 어려운 만큼, 차기 정부에서도 간접적인 반도체 지원 정책만 뒷받침 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주요국들과의 반도체산업 육성과 공급망 재편에 대응한 통상협력 및 동맹 강화, 기술·안보·통상을 포괄하는 범부처 역량 및 정책 조율 체계 확립 등을 약속한 상황이다. 특히 윤 당선인은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어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 쪽에 무게가 더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가운데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미국과 함께 반중 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삼성전자 등도 합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쪽에 발을 더 딛는 순간 그에 대한 반작용을 강하게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반도체 동맹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제2의 무역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여러 국제 정세를 가정한 포지션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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