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올 상반기 둔화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이 멈추면서 오히려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반도체 겨울이 일찍 막을 내리면서 메모리 업황이 비메모리를 뛰어넘을 것이란 긍정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전달과 마찬가지로 3.41달러를 유지했다.
당초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3분기 4.1달러 수준이었던 가격이 같은해 4분기 뚝 떨어져 사실상 둔화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PC용 D램 고정가격이 지난해 9월 4.1달러에서 10월 3.71달러로 9.51%나 폭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월 8.09% 추가로 미끄러지면서 반도체 약세론에 무게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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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의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중순 'Memory, Winter Is Coming(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면서 시장이 휘청였다.
반도체 겨울이 끝나간다는 쪽에서는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요소가 충분하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앞서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일본 키옥시아와 함께 운영하는 일본 내 반도체 생산라인 2곳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 안팎에선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 2분기부터 상승세로 전환되고 D램도 2분기부터 하락폭을 좁힌 뒤 3분기부터 상승 사이클에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D램 현물가격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면서 고정거래 가격을 웃돌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DR4 8Gb 2666Mbps 현물 가격은 지난달 7일 기준 4.5% 올라 3.949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계약 가격인 3.41달러와 비교해 10% 이상 높은 수치다.
D램 고정가격은 통상 장기계약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현물가격을 토대로 시장 변화를 감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물시장 거래는 전체에서 10% 안팎만 차지하지만, D램 가격의 조정 국면에서는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또 다른 긍정적 요소로는 잔뜩 쪼그라들었던 IT 기기 수요가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일부 반도체 수요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는 점이다. 이미 북미에서는 향후 서버 D램 가격의 인상을 점치고 구매에 나섰고 PC 업체들도 부품 재고를 쌓아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올해 2분기부터 인텔의 신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 시기를 기점으로 DDR5 D램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현상이 수요 회복에 따른 것이 아니라 기대에 가깝고, 반도체 공급이 장기화 되면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태인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구글 등이 연내 서버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업황 반등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은 갖춰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부품 수급 등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올해 2분기부터 D램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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