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가 4세대 실손보험을 확대하라는 금융당국 지침에 꼼수 대응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쟁사들이 구세대에서 4세대로 갈아타는 전환 계약에 드라이브를 건 것과 상반되게, 보험료 할인 혜택이 없는 4세대 신규 판매 강화에 나서면서다. 이를 두고 사업비 집행은 줄이면서 경영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은 신계약에 의한 4세대 확대는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고 평가 방식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주부터 4세대 실손보험 신규 계약을 체결하는 설계사들에게 월납 보험료의 300%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한 이후 설계사 시책을 강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환 계약에 대한 시책은 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진=삼성화재] 2021.11.17 204mkh@newspim.com |
이는 다른 손보사들의 전략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사들은 구세대 가입자들을 4세대로 갈아태우는 전환 계약에 대해 고강고 시책을 걸고 있다.
현대해상은 이달 1세대를 4세대로 전환할 경우 보험료의 550%로 시책을 강화했다. DB손보와 KB손보도 구세대 전환 계약에 대해 시책 200%를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화재의 나홀로 행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손보험은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 신규 계약을 늘릴 유인이 적다. 실손보험 판매를 아예 중단하거나 4세대 전환용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곳도 다수다.
반면 4세대 전환 계약은 늘려야 한다. 구세대 손해율이 치솟고 있어 만성 적자구조를 개선하려면 4세대 전환 유도가 필요하다. 4세대는 기본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병원 진료를 많이 받을수록 보험료를 더 내고 본인 부담도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4세대 전환 및 가입 실적을 경영실태평가(RAAS)에 반영키로 하는 등 압박에 나섰다.
결국 당국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택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아직 RAAS에 4세대 전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할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확대는 전환 계약보다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구세대 손해율이 업계 최저 수준으로 전환 계약을 확대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RAAS에 대응하기 위해선 4세대를 늘려야 하는데 전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까지 4세대 전환 계약에 대해 보험료를 50% 할인해줘야 한다. 반면 신규 계약에 대해선 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 당국 압박에 대응하면서도 손해를 덜 보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를 고려해 RAAS 평가 방식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환 노력은 결과적으로 4세대 가입률을 높이는 것이지만 취지를 고려할 때 신계약 확대를 노력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노력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구체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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