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연우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새 선장으로 현 조선소장인 박두선 부사장을 내정했다. 5년 만에 나타난 적자폭탄과 매각과 관련된 과제를 두고 박 신임 대표 내정자가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4일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에서 박 부사장을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한 뒤 이달 8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박 신임 대표 내정자는 오는 28일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을 거쳐 공식 취임한다.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까지 3년이다. 박 내정자는 조선소장 출신으로 '현장통'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로 선임될 경우 현장에 집중해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우조선해양 관계자 측의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사진=대우조선해양] |
업계에서는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최우선 과제로 수익성 개선을 꼽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실적에서 2016년 이후 5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4조4866억원과 영업손실 1조754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조6998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2조5000억원 이상 감소한 반면, 적자폭은 1900억원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지난 2∼3년간 저조한 수주로 매출이 크게 줄고 강재를 포함한 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1조3000억원 상당의 공사손실 충당금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대우조선해양 측의 설명이다.
다만, 수주 호조가 이어지며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고, 선가 또한 지속 상승 중인만큼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지난 2월말까지 총 12척을 27억2000만달러에 수주해 전년 동기(6억달러)보다 4.5배 급증한 실적을 거뒀다.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LNG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수주 전략을 통해 미래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두겠다는 전략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유럽행 천연가스 파이프라인(PNG) 공급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LNG운반선에 대한 수주 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 조선업황 실적은 밝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육상에서의 가스 공급이 끊기면 해상에서의 운반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 가스는 EU(유럽연합) 천연가스 수입의 약 40%를 차지한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유럽 국가들은 카타르, 알제리, 나이지리아와 같은 기존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이 러시아를 대신해 천연가스를 공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내정자가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되면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임기 중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지만 EU 경쟁 당국이 LNG 선박 독과점 우려에 인수를 불허하면서 최종 기업결합이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달 KDB산업은행 측에서 실시하는 대우조선 매각을 위한 경영컨설팅이 끝나면 실적개선과 새 주인 찾기에 대한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아직 불안한 대내외 환경이지만 일감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박 내정자는 지난 1986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이래 선박생산운영담당, 특수선사업담당 등을 역임하고, 2019년 4월부터 조선소장을 맡아 옥포조선소의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등 36년간 '대우맨'으로 활약해 온 조선 분야 전문가라는 평이다.
softco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