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 올해 증시에 데뷔한 공모주들의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만은 상장 이후 공모가를 웃돌며 '청약 불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공모주는 총 22개 종목이다.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천자만별이다. 14개 종목이 공모가 대비 4%대에서 최대 148% 상승세를 보인 반면, 8개 종목은 공모가보다 최대 34% 하락했다. 이 가운데 일부 종목은 당초 희망가보다 낮은 공모가로 확정했음에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공모가보다 잘 나가는 새내기주 가운데 5개 종목은 스팩이다. IBKS제17호스팩(10.75%)을 필두로, 에스케이증권7호스팩(5.75%), 한국제10호스팩(5.5%), DB금융스팩10호(5.25%), 하나금융21호스팩(4.75%) 등이 상장 이후 내내 공모가(2000원)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25개의 스팩 역시, 모두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스팩 열풍 당시 급등했던 삼성스팩4호와 한국9호스팩의 경우 각각 공모가 대비 92%, 45.2% 상승한 상태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M&A)이 목적인 서류상 회사다. 공모를 통해 투자 자금을 모으고, 기업합병에 따른 주가 상승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스팩이 증시에 상장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년(36개월)이며 이 기간 내에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자동 상장폐지된다.
다만 스팩주는 다른 기업과 달리 상장폐지 되더라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원금에 가까운 투자금과 이자를 보장한다.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라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은행에 맡겨둬야 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꼽히며 증시 하방이 뚫린 변동성 장세일수록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다.
공모주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스팩 인기가 크게 치솟았다. 코스피 지수가 연초 3300포인트를 찍은 후 하락세로 접어들자 안전성 높은 스팩으로 수요가 몰렸다. 2020년에는 청약 미달이 속출하더니 최근 1년 새 경쟁률은 평균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우량기업과 합병할 경우 주가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스팩 투자의 매력으로 꼽힌다. 지난해 제이시스메디칼과 합병한 유안타제3호스팩, 엔피와 합병한 삼성스팩2호는 현재 8000원대에 주가를 형성했다. 기존 스팩 공모주 투자자라면 공모가 대비 4배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던 셈이다.
올해 스팩과 합병을 마친 신규주들의 주가도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IBK제15호스팩과 합병한 하인크코리아는 지난 1월 합병신주 상장일 첫 날 308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합병기준가(2000원) 대비 54% 상승한 주가였다. 최근 대신밸런스제7호스팩과 합병한 누보의 상장 첫날 주가도 현재 공모가 대비 25.5% 상승했다.
증시 부진에 기업공개(IPO) 시장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도 스팩 상장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신한제9호스팩과 유진스팩8호, 미래에셋비전스팩1호, 키움제6호스팩, 신영스팩7호 등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고, 상상인제3호스팩, 하나금융22호스팩, 엔에이치스팩23호 등이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황이다.
IBKS제17호스팩의 대표이사인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시장이 안좋고 원하는 만큼 투자 배정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공모주를 위해 비축된, 놀고 있는 자금이 많다"며 "스팩 같은 경우는 안전 마진으로 원금을 보존해주다보니 갈 곳 없는 돈이 스팩으로 쏠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스팩붐'이 불고 있다"며 "발기인으로 들어가면 공모가의 절반인 주당 1000원에 투자할 수 있는데 잘 되면 두 배고, 잃어도 10%대라 너도 나도 스팩에 들어가고 싶어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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